9개의 지역 민영방송사가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제작하는 등 공조체계를 구축한다.
민영방송사의 연합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함에 따라, 종편과 함께 미디어시장의 변화를 일으킬 또 다른 하나의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대구·광주·대전·전주·강원·울산·제주·청주방송 등 9개 민영방송사가 이르면 올 1분기 대형 기획물 공동제작에 들어간다.
초기 제작비는 IPTV수신료 등으로 확보된 200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며, 공동 스튜디오는 서울 상암동 DMC를 유력한 장소로 물색 중이다. 그동안 지역방송사는 상당한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전파료를 비롯한 광고료 책정 등에서 입지가 너무 좁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공동 활로를 모색키로 했다.
지난해에는 TJB대전방송이 코바코를 상대로 전파료 배분 제도 관련 소송을 제기한 이후 9개 방송사 가운데 7개사의 회장단이 입장을 같이하고 공동 대응을 하자는 의견을 모으는 등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의견을 모으는데 성공하자 올해에는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제작하는 등 자체 역량을 키워 미디어 빅뱅 시대에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 2008년 지역민방은 지역MBC 등과 함께 연합체를 꾸려 지역연합종합PP(가칭)를 만드는 것을 검토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시대 변화에 대한 절실함도 부족했을 뿐 아니라 너무 많은 주체가 한꺼번에 일을 추진하기에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영방송광고대행판매회사(미디어렙) 제도 도입이나 종합편성채널 선정, 방송광고 규제 완화 등 시장의 큰 변화를 앞두고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협력이 절실하다고 민방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선 대형 기획물 공동 제작을 통해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가면서 협력의 폭을 넓혀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인기 대작 콘텐츠가 출현할 경우 유통이나 광고에 있어서도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9개 지역 민영방송사가 어떻게 미디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윤곽을 그리는 기간이었다”며 “올해에는 공동 제작 등으로 그 협력이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영방송사 한 관계자는 “공동 제작 등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아직 협력 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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