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파 미국 SUV, 짚 그랜드 체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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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크라이슬러의 짚(Jeep) 브랜드는 소형 군용차량에서 비롯된 오프로드용 자동차의 대명사인 ‘지프차’의 원조다. 그 가운데 1993년 처음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는 그 동안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400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고급 SUV의 새 지평을 연 모델이다. 2010년 10월, 북미 외의 시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새 그랜드 체로키는 4세대에 해당한다.

 새 그랜드 체로키는 스타일부터 신선하다. 세로로 일곱 줄을 그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숨구멍, 사다리꼴 휠 하우스, 짤막한 앞뒤 오버행은 짚 특유의 디자인 요소다. 날렵하게 누운 A필러와 네모난 헤드램프 속 동그란 라이트 등의 구성은 그랜드 체로키 시리즈의 공통점이다. 익숙한 요소들을 모아놓았는데, 겹쳐지는 이미지는 BMW X5다. 특히 측면의 근육질이 그렇다.

 지금이야 이탈리아의 피아트 그룹과 한 식구가 된 크라이슬러이지만, 알고 보면 그랜드 체로키는 독일 유학파다. BMW가 아니라 벤츠와 관계가 있다.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그룹이 한솥밥을 먹던 시절, 구형 그랜드 체로키는 벤츠 M클래스의 개발에 영향을 끼쳤고, M클래스는 다시 새 그랜드 체로키의 개발에 기여했다. 예전보다 대폭 강화된 차체 강성, 새로운 4륜 독립현가장치, 그리고 ‘펜타스타’ V6 엔진 등이 그 결과물이다.

 크라이슬러는 벤츠와 공동으로 개발한 펜타스타 엔진을 이번 그랜드 체로키부터 최초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고출력 286마력을 내는 이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은 1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이상을 발휘해 터보 디젤엔진 못지않게 편안하고 넉넉한 달리기를 실현했다. 여기에 물린 변속기는 5단 자동, 요즘 추세에 다소 뒤처진 기분이 들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무난한 성능을 보인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1단에서 80㎞/h, 2단에서 140㎞/h 가까이를 커버하고, 100㎞/h 주행 시의 엔진 회전수는 1750rpm 정도다. 엔진이 채 열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올 때도 그랬지만, 주행 중의 정숙성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짚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나 이 차의 생김새와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 정도다. 측면 창에 고급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이중접합유리를 쓰는 등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이번 그랜드 체로키는 ‘UAV(Urban Adventure Vehicle)’를 지향했다. 구형에 비해 도로 주행 시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욱 강화했지만, 풍성한 오프로드 성능 또한 놓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앞, 뒷바퀴로의 구동력 배분을 0대100에서 100대0까지 능동적으로 조절 해주는 풀 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췄다. 운전자가 노면상황에 따라 다이얼만 돌려주면 차 스스로 12가지 관련 장치를 최적화해 통합제어해주는 ‘셀렉 터레인’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초보자도 숙련자처럼 차의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다. 주차, 스포츠 주행, 오프로드 주행 등 상황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차고 조절 에어서스펜션도 준비돼 있다.

 경쟁 모델들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추었고, 스마트키, 스티어링 휠 열선, 통풍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고성능 오디오 등 편의사양도 풍부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점은 몰라볼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감성 품질이다. 그간 인정받아온 4륜구동의 성능과 안전성, 야성미에, 세련된 스타일링과 정숙하고 안락한 도로 주행감, 그리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편의사양이 더해졌으니 무엇이 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까?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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