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0%만 회사 매각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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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벤처기업 대부분이 인수합병(M&A)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협회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실시한 ‘2010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서 ‘기업매각 고려 수준’에 대한 질문에 전체의 90%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나머지 10% 중에서도 9.6%는 ‘고려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좋은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만 매각에 나서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0.1%(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와 0.3%(이미 매각을 추진 중)만이 회사 매각에 적극적이다. 사실상 한국 벤처는 1000곳 중 고작 4곳만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셈이다.

 기업 M&A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벤처 선순환 생태계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벤처캐피털 쪽에서는 기업공개(IPO) 외에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자금회수비율은 M&A 비중이 89.2%로 IPO 비중(10.8%)을 크게 앞섰다. 반면에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 기준 전체 자금 회수 중 M&A는 7.1%로 15.7%의 IPO에 비해 크게 낮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식이나 채권 매각·상환으로 이는 벤처캐피털 투자지분을 전문으로 매수하는 세컨더리펀드나 또는 피투자회사 그렇지 않으면 장외시장 등을 통해 제3자에 매각한 경우다. 상당수 경우 기대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한 채 펀드의 만기 도래 등으로 피치 못하게 매각했다고 볼 수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국내에서는 회사가 좋을 때 내놓지 않고, 망가졌을 때 내놓는 사례가 많다”면서 “미국에서는 회사가 잘나가고 있는 시점에 매각에 나선다”며 안타까워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이런 상황 속에서는 프리보드 또는 장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에 벤처업계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 시스템과 함께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려는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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