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GS 박막 태양전지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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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막 태양전지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방식이다.

 2008년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1㎏당 400달러대까지 폭등하자 폴리실리콘 사용량이 적은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가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폴리실리콘이 60~7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실리콘 박막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CIGS는 가격과 효율 경쟁력을 앞세워 실리콘 박막의 빈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LG이노텍 등 최소 8개 이상의 업체가 CIGS 박막 태양전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불을 댕겼다. 지난달 2일 합작 자회사 현대아반시스 설립 계획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프랑스 생고방과 최대 8억달러를 투자해 2015년까지 CIGS 박막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40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당장 새해부터 충북 오창 외국인 투자지역에 100㎿급 공장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CIGS 박막 태양전지 분야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 결정형과 박막형 태양전지를 두루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CIGS는 효율이 다른 박막 태양전지보다 높으면서 가격은 결정형보다 낮아 향후 결정형 태양전지와 맞설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CIGS는 시기상조’라는 편견을 합작이라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이 깨고 나서자 경쟁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실험실에서 14.6%라는 우수한 효율을 달성한 LG이노텍은 최근 이를 실증하기 위한 파일럿 라인을 경기 오산에 구축하고 있다. 이 라인에는 세계 표준 크기인 600×1200㎜ CIGS가 도입된다.

 역시 CIGS 실험실효율 14.5%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LCD 사업부를 통해 활발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업체는 지난달 27일 1400억원 규모 정부 ‘고효율 대면적 박막 태양전지’ 연구과제 수행업체(2배수)로 선정돼 관련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제에는 CIGS 박막전지도 포함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한 업체를 오는 4월 최종 선정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두 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관계사들과 접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SK이노베이션도 대전기술연구원에서 CIGS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비교적 일찍 CIGS 사업에 투자를 시작한 대양금속이 이달에 미국 비코로부터 장비를 들여오는 것을 비롯해, GS칼텍스와 동부그룹 등이 CIGS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 관련 장비업체 가운데도 CIGS 태양전지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아 앞으로 이 분야 진출 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IGS 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초·중반 미국과 일본·유럽을 중심으로 CIGS 투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동일한 투자 붐이 일었는데 CIGS에서는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분석했다.

 ◇용어설명=CIGS 박막 태양전지:구리·인듐·갈륨·셀레늄 네 가지 원소를 혼합해 만든다.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 효율이 13% 정도로 박막 태양전지 가운데 가장 높다. 네 가지 화합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 공정이 복잡한 점이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