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2011년, 함께 뛰자"

 지난달 30일. 한 해를 마감하는 끝자락에 일본에 진출한 모바일 업체 사장을 만났다. 스마트폰 열풍과 맞물려 관심이 높은 증강현실(AR)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였다. 2년 넘게 공들인 결과, 일본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현지 사업자와 함께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무척 흐뭇해했다. 혈혈단신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기술력을 알린 일도 보람 있지만 무엇보다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을 보상받아 기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부족한 파트너십을 꼬집었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외형으로 기업을 가를 뿐더러 이에 따라 기술의 존재 가치까지 구분한다는 것이다. 가령 휴대폰에 원천 기술을 탑재하면 외국에서는 기술 자체를 인정해 대당 기준으로 라이선스료를 준다. 반면에 우리는 기술 용역비 용도로 일시불로 지불하거나 잘해야 모델당 라이선스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혹시나 국내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라이선스 선례가 만들어지는 걸 꺼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일본·미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라이선스 액수 문제가 아니라 힘겹게 개발한 기술을 인정해 주지 않는 풍토가 아쉬웠던 것이다. 한마디로 진짜 파트너로서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었다.

 지난해 시장을 뒤흔들었던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애플’과 ‘구글’이다. 아이폰·안드로이드 등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연일 신문 지상을 뜨겁게 달궜다. 이들은 MS·삼성·소니와 같은 앞선 기업과 다른 ‘성공 방정식’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혁신’과 ‘창조’는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수식어였다. 기존 메이저 기업이 주도하는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혁신 제품을 앞세워 스스로 ‘게임의 룰’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했다.

 또 하나 이들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든든한 지원군을 빼놓을 수 없다. 애플·구글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크고 작은 파트너가 훨씬 위력적이었다. 애플은 기존 통신사업체가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개발자를 독려했고 급기야 ‘애플 생태계’를 구축해 애플의 힘을 과시했다. 구글은 겉으로는 안드로이드·크롬 등 공짜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을 뒤흔드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구글 연합군’을 만들어 시장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한 마디로 두 혁신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엄청난 ‘우군의 힘’이었다.

 두 기업에서 보듯이 아날로그 다음인 디지털, 디지털을 잇는 네트워크 시대에는 경쟁 방식도 다르다. 아날로그 시대에 기업 경영은 한마디로 전력 질주였다. 경쟁자보다 빨리 달려 결승선에 먼저 오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앞서 달리는 게 중요했다. 디지털 시대는 또 달랐다. 다소 뒤처져도 1등을 빠르게 흉내내면 수위에 오를 수 있었다. 제품은 물론이고 모든 게 쉽게 카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과감한 판단과 전략적 투자, 이를 위한 신속한 대응 등 속도가 중요한 경쟁 요소였다.

 네트워크 시대는 또 다른 경쟁 환경을 요구한다. 가장 큰 차이는 시장에서 같이 뛰는 협력자의 중요성이다. 혼자만 잘 뛰어서는 한계가 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협력자를 인정하고 같은 속도로 서로 힘을 보태고 격려하는 개방된 마인드가 중요하다. 자기만을 위한 전략이 아닌 주변 업체를 배려하고 동참시키는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일방적인 배려와 지원 위주의 ‘상생’과 또 다른 문제다. 든든한 지원군이 많을수록 시장도 커지고 속도가 붙는 ‘시너지의 논리’다. 2011년 새해, 우리 기업이 함께 뛰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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