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시대. 홍수 피해 최소화와 안정적 용수공급이라는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는 댐 관리자에게 신뢰성 있는 기상정보는 무궁한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이를 담당하고 있는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전국의 다목적댐과 용수 댐의 실시간 운영을 위해 본사 물관리센터 내 ‘물관리종합상황실’을 365일 24시간 가동하고 있으며 홍수조절, 용수공급, 수력발전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정보는 홍수기 물 관리의 핵심정보=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돼 이 기간 동안 물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년 물 농사의 성패여부가 결정되고,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댐유역 기상예측이다.
바로 이 물 농사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 물관리종합상황실이다.
황필선 물관리종합상활실장은 “상황실은 군의 전시 작전 지휘벙커와 유사한 곳으로 수자원에 관한한 최고의 시스템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며 “상황실은 평상시에는 용수공급, 수력발전 등의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하지만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즉시 비상체제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물관리센터에는 6명의 기상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상시 기상분석을 통해 장마전선의 이동경로, 태풍의 발생 및 소멸 태풍진로 등 강우상황에 따라 댐 유역에 발생할 강수량을 예측하며 실시간으로 댐 운영 전문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댐 유역 강수예측에 필요한 기상자료는 기상청·공군·미국·일본·유럽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받아 댐 유역으로 세분해 기상예측을 실시하며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 댐 방류 등 댐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에 분석을 거듭해 최대한 정확한 자료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홍수관리에 세계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최근 K-water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상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슈퍼컴 기반의 자체 강우예측시스템을 구축했다.
보다 과학적 기상예측 기반인 댐 유역 자체 강우예측모형(K-PPM:K-water Precipitation Prediction Model)을 개발해, 탑재 운용할 기상예측전용 슈퍼컴을 지난해 도입했다. 이를 전국 30여 댐과 4대강 16개 보 및 건설현장 등 전국 57개 지점에 5일 120시간 물 관리에 특화된 댐 유역 맞춤형 기상예보체계를 본격 착수했다.
K-PPM은 대부분 산악·계곡 등에 위치하고 있어 지형의 변화에 민감한 댐 환경을 고려해 기상청 수치예보 자료를 기반으로 3㎞ 격자간격의 고해상도로 개발해 댐 주변 지형을 실제에 가깝게 모의함으로써 댐 유역에 보다 정밀한 강우분석과 예측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또 강우예측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앙상블 예보기법’을 도입해 10개의 각기 다른 모형을 수행함으로써 예측 불확실성에 따른 댐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모형 수행에 필요한 입력 자료는 기상청 수치예보자료를 실시간 수신해 활용하며, 방대한 계산과 자료처리를 위해 자체 기상예측전용 서버와 KISTI의 슈퍼컴을 연동해 5일(120시간) 예측정보 생산을 위한 계산시간을 2시간 내에 완료하도록 최적화했다.
◇홍수 피해 제로와 역대 최대 저수량 확보에 주도적 역할 수행=K-PPM 도입을 통해 최근 전지구촌에 빈번히 발생하는 홍수와 가뭄 같은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고, 여름철 급변하는 기상상황에 맞춰 댐 운영에 필요한 시기에 기상예보를 생산해 보다 정교한 홍수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황 실장은 “실제로 지난 여름철 홍수기 후반 제4호 태풍 ‘뎬무’, 제 7호 태풍 ‘곤파스’, 제9호 태풍 ‘말로’ 제10호 태풍 ‘므란티’ 등의 지속적인 태풍 발생과 기압골 영향으로 인한 7차례에 걸친 연속적인 홍수 발생에 유용하게 활용돼 그 진가를 백분 발휘했다”고 밝혔다.
홍수기 중에는 선제적 홍수관리를 통해 댐의 홍수조절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댐 상·하류지역에 홍수 피해 제로화를 이뤄 냈으며, 홍수기 말에는 댐 운영 사상 역대 최고의 저수율인 98억톤을 확보하는 데에 큰 몫을 담당했다.
황 실장은 “이런 성과는 효율적인 물 관리를 실현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 속에 자체 기상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확대 구축함으로써 물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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