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프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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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

당신은 1년 동안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 연봉 50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당신의 고등학교 동창 ‘김한방’은 같은 해 주식투자로 5000만원을 벌었다. 또 다른 동창 ‘이대박’은 지난 2000년 4억원에 산 집을 그해에 8억원에 팔아 4억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

 이 경우 당신은 연간 수백만원의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김한방은 주식 매매 과정에서 약간의 증권거래세를 냈을 뿐 차익에 대해서는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이대박도 1가구 1주택자로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받지 않았다.

 직장인은 말 그대로 ‘유리 지갑’이다. 샐러리맨 입장에서 정부가 월급에서 떼 가는 세금을 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자산가들은 다르다. 열심히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세금이 붙지만, 주식이나 주택을 팔아 생긴 불로소득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수조원대의 재산을 상속하면서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는 재벌, 수천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지만 ‘배째라’며 버티는 전 대통령,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부자들….

 이 책은 세금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면서 기본 원리가 지켜지지 않아 한국 경제가 병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권리는 더 많이 누리는 일부 특권층을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라고 규정하고 그들의 숨겨진 정체와 행태, 그들 간 내밀한 이해관계의 연결고리를 고발한다.

 ‘0.1% 부자들만 보호하는 이름뿐인 세금’ ‘재벌가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의 비밀’ ‘재벌가 사모님이 미술품 구입에 열을 올린 이유’ ‘지상 최대의 쇼, 부자 감세’ ‘4대 강과 세금의 비밀’ 등의 소제목 안에서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풀어낸다.

 또 거둔 세금을 올바르게 써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금 낭비 사례를 들어 시민들이 ‘감시의 눈’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으로 경제활동인구가 빨리 줄어드는 가운데 노령 인구 급증으로 사회복지 지출 등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수십년 안에 고갈될 공산이 크다. 세금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다.

 선대인 지음. 더팩트 펴냄. 1만4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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