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에 끌리는 건 말보다 직관력 때문
가끔 이런 친구가 있다. 쇼핑을 하다 한 상품에 대해 입이 마르게 “마음에 든다”고 말하더니 정작 사지는 않는 그런 친구. 도대체가 머릿속이 궁금하다.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려는 연구가 있다. ‘신경경제학’은 사람들이 재화 소비나 주식 투자 등 경제활동을 할 때 뇌 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융합 학문이다. 뇌영상 기술과 경제모델을 함께 적용한 것이다.
켄웨이 루이스 뉴욕대 박사 연구팀은 최근 하나의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MRI 장비를 갖춘 뒤 지원자들에게 책, DVD, 포스터 등 아이템을 앞에 놓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아이템 순위를 매기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지원자들이 가치 순위를 정할 때 그들 뇌의 활동을 기록했다. 이후 지원자들은 실제로 물건에 대한 순위를 매겼다.
연구팀은 지원자들이 가장 가치 있다고 정한 물건을 바라볼 때 인지행동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인 전전두엽과 정보를 받는 역할을 하는 선조체가 가장 활동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개개인별로 선호하는 아이템을 실제로 예측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아이템 한 쌍씩 각각에 대한 개인별 뇌의 활동성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지원자가 실제로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지를 8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말할 때와 그들의 뇌가 활동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콜린스 카머러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는 “신제품에 대해 그것을 살지 말지의 결정은 아마도 사람의 말보다는 뇌의 직관력에 보다 많이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그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모순된 상황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
버지니아공과대 리드 몬태규 박사 연구팀은 타인의 행태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시장정보를 제공한 뒤 가상투자를 하도록 지원자들에게 요구했다. 두 번째 다른 지원자 그룹은 똑같은 시장정보와 함께 첫 그룹의 의사결정 정보도 제공받았다. 연구팀은 이 정보제공이 첫 번째 지원자들의 의사결정과 뇌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측했다.
몬태규 박사는 “두 지원자 그룹의 의사결정이 어느 정도 일치될지, 첫째 그룹과 둘째 그룹이 얼마나 유사한 투자성향을 갖고 있을지 등 당신이 그 어디에서도 알 수 없는 정보를 뇌영상 기술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