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네슘-99m(Tc-99m)’
이 뭔지 모를 단어를 과연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이슈다.
당장 암 진단이 필요한 무려 3000여명의 환자들이 바로 이것 때문에 검사와 치료가 지연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바로 ‘테크네슘-99m’의 부족현상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테크네슘-99m의 정체는=한마디로 Tc-99m은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분열되면서 생성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동위원소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초물질 가운데 동일한 특성을 지니면서도 무게가 다른 것을 말한다. 이러한 동위원소 가운데 방사선을 내뿜는 것이 방사성 동위원소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의학용이나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대부분 원자로나 가속기를 이용해 인공으로 제조한다.
Tc-99m은 원자로에서 만드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원래 안정한 동위원소 몰리브데늄-99를 원자로에 넣어 만든다. 따라서 몰리브데늄-99와 Tc-99m은 가족관계다.
몰리브데늄-99는 세계적으로 캐나다의 NRU와 네덜란드의 HFR에서 전 세계 수요량의 80%를 감당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몰리브데늄-99는 미국 44%, 유럽 22%, 일본 14%를 각각 가져가고 나머지가 기타 국가에서 소비된다.
국내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일부 Tc-99m을 생산한다. 나머지 Tc-99m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Tc-99m을 어디에 쓰나=Tc-99m은 간이나 폐, 심장 진단에 사용한다. 특히 암의 영상진단을 위해 사용되며 이른바 핵의학이라 불리는 분야에서 80%의 활용률을 차지한다. 신체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정확히 암을 진단하는 장점으로 인해 경제수준이 높아질수록, 의료수준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급증 추세다. 세계적으로 매년 약 5%씩 수요가 증가된다.
하지만 지난 2008년부터 전 세계 Tc-99m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캐나다 NRU 원자로와 네덜란드 HFR 원자로가 노후화돼 시설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곧바로 전 세계 병원에서의 핵의학 검사가 줄줄이 연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11월 동안 한국동위원소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68개 의료기관에서 2009년 12월 말 기준 Tc-99m 수급부족으로 암 진단 등의 검사가 지연된 환자수가 101명 이상이라 답한 곳이 5군데, 21∼50명이라고 답한 곳이 17군데, 11∼20명이라고 답한 곳이 24군데로 밝혀졌다.
이를 전국적으로 추정해 계산해 보면 3000명 이상의 환자가 검사 지연으로 조속한 암 진단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암은 종류에 따라 조기진단으로 5년 생존률이 10∼8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검사지연은 환자들에게 충격이다.
◇원활한 수급이 관건=대형병원마다 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Tc-99m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Tc-99m의 경우 반감기가 고작 7시간이어서 미리 쌓아두고 사용할 수도 없다. 향수처럼 일정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Tc-99m 국제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하나로의 비상가동을 통해 Tc-99m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 양은 국내 수요의 약 10%에 불과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신형원자로 건설이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장소를 정하고 원자력의과학특화단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예산이 걸림돌이다. 2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평가가 진행 중이지만 내년에 사업이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원자로 건설에 앞선 지질조사에 필요한 100억원의 비용도 이번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2015년까지 신형원자로를 건설한다면 이르면 2016년부터 국내 동위원소 수요를 100% 충족시키고 수출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수 대한핵의학회 회장은 “핵의학 전문의들은 앞으로 5∼6년 동안 기존 동위원소 수급량으로도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며 “Tc-99m이 자급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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