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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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꽂아 놓은 책갈피마다 묵은 때가 제각각이다. 밑줄 친 방법과 색깔도 제멋대로다. 1권 표지는 손때를 타다 못해 찢어지기까지 했다.

 2006년 4월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지금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독자에게 “‘왜’를 선물한다”고 했다. 살면서 너무나 많은 상식에 시달려 정작 가장 중요한 ‘왜’를 잃어버리지나 않았는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나 이사장은 “첨단 제품을 값싸게 소비하는 사회에 산다고 과학상식이 저절로 키워지지 않는다”며 “진정한 과학은 ‘암기’가 아니라 기본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서 나오는 것”임을 알리고 싶었다.

 출간 계기는 조금 놀랄 만한 것으로부터 왔다.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22%나 되는 나라가 있는데, 그게 미국이었다는 것. 실제로 2006년 3월 워싱턴포스트의 전화 설문 결과가 그랬던 모양이다. 또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이의 9%가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이 옳다’고 했다니 놀랍다.

 한국에서도 2004년에 비슷한 설문 조사가 있었는데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고 확실히 대답한 사람이 86%였다고 한다. 14% 정도는 우물쭈물했던 모양이다. ‘지구가 태양을 1년에 한 번 돈다’고 대답한 사람도 63%였다니, 37%는 ‘지구의 공전’에 관해 달리 이해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나 이사장은 그래서 “연구실 과학자를 독자의 안방으로 초빙하자”는 뜻을 담아 이 책을 엮었다. 성공적이었다. 당시(2006년) 정부과천청사의 과학기술부를 출입하던 최수문 서울경제 기자는 “읽을 게 많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수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기초과학 다섯 분야와 정보기술(IT)·나노기술(NT)·문화기술(CT)·환경기술(ET)·항공우주기술(ST) 등 첨단기술 여섯 분야를 대표하는 과학자 94명이 100개 이야깃거리를 꺼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읽다 보면, 사실 흥미로운 게 불쑥불쑥한다. 지구 밖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오로지 ‘통신’만 유용한 이유와 그 신호를 주고받을 확률(2권 78~80쪽), 10억분의 1m인 나노미터(㎚) 세계에서 물질 색깔이 달라지는 이유와 꽃말이 ‘불가능’이라는 파란장미를 만들어낸 과정(1권 306쪽),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된 뒤 약 3주 안에 헌혈한 사람을 가려내기가 힘들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1권 290쪽) 등이다. 모든 의약을 개발하면서 안정성에 가장 주목할 이유(1권 273쪽), 인류가 왜 핵융합 반응에 주목하는지(1권 264쪽), 과학자가 무엇으로 어떻게 10억분의 1m짜리 세상을 들여다보는지(1권 213~216쪽) 등 눈 가는 곳이 많다.

 아쉬운 것은 책이 과학의 밝은 미래 쪽으로 너무 기울었다는 점이다. 교양에 ‘균형’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 격일 터.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할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위험성’ 같은 책 하나 엮어내는 것은 어떨지. 굳이 두툼하게 두세 권을 엮을 것도 없이 매우 가벼운 문고판 하나면 족할 터. 값도 싸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할 테니까.

 민기식 등 94명 지음. 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 미래M&B 펴냄.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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