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론티어 연구자 릴레이 인터뷰] <9> 이영무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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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무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와 연구원들.

 “논문 100개를 쓰면 마음에 드는 하나 정도를 건질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 연구자가 원하는 성과를 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이영무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30년이 넘도록 ‘분리막’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석사였던 때부터다. 이 교수는 200여편의 논문을 썼던 지난 2007년, ‘TR(Thermally rearranged) 고분자 분리막을 이용한 기체분리’에 관한 연구성과를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TR 고분자 분리막 기술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플라스틱과 유사한 소재를 이용해 기체를 분리해내는 기술이다. 적절한 구멍 크기를 가진 분리막을 이용해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연기 중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구분해 이산화탄소만 따로 포집하기 위해 쓰일 수 있다. 요약하면 ‘온실가스 걸러내는 플라스틱’인 셈이다.

 분리막의 구멍 크기 단위는 나노미터(㎚)보다 10배 작은 ‘옴스트롱(Å)이다. 이산화탄소의 입자 크기는 3.3Å이고 질소는 3.64Å. 이 교수는 “입자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대략 3.5~3.9Å 정도의 구멍 크기를 가진 분리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TR고분자 분리막의 구멍 크기는 평균 3.8Å이다.

 기체분리막은 친환경 기술이 강조되면서 점점 뜨거워질 시장이다. 현재 천연가스 시추선 등에 주로 쓰이는 분리막은 2.5Å 크기의 PI와 5~6Å인 PIMS(polymers with intrinsic microporosity) 등이 있다. 그 중간 사이즈를 이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투과율도 기존 분리막에 비해 500~1000배 가까이 높다. 그는 “분리막 연구 30년 만에 거둔 성과”라며 “2004년 첫 실험에 성공한 후 보안을 유지하며 3년간 반복, 재반복 실험을 통해 마침내 내 연구 성과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분리막 관련 특허를 2008년 미국 AP에 기술이전했다. 국내 기업에 이전하지 못한 것이 이 교수에겐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원천기술을 모듈화 할 만한 국내 소재기업에 제안해 봤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TR 고분자를 모듈화 해 상용화해 나갈 기업이 필요했지만 아직 국내 산업계에서 기체분리막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사이언스 논문을 본 후 몇몇 기업들은 모듈화 제안이 아닌 모듈 구매만 제안해 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타까움에 이 교수는 미국 AP에 이전하면서도 국내 기업이 모듈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상호 협의를 해 놓은 상태다. 그는 TR 분리막이 기체 분리 이외에 2차전지, 수소저장, 해수담수화 등에 쓰일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연구자가 좋은 연구결과 얻는 것 외에는 더 바랄게 없다”고 말했지만, 내심 우리나라에 보답할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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