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길 사람이 없고 맡을 사람이 없다. “마케팅 기획안 맡을 사람! 홈페이지 개편방안 맡을 사람!’ 경매장에서 낙찰을 기다리는 사회자처럼 업무목록을 불러보지만 자라목 기어들어가듯 딴전을 피운다. 누구 하나 “저요!”라고 손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음으로 바닥에 딱 붙어서 최소한의 일만 하고,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버틴다. 그동안 해왔던 일은 자동화가 되어가는데 새로 맡아야 할 일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부하들, 이러다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것을 모르나보다.
맛도 없는 국에 입 데고 나면 식은 국도 불고 먹게 된다. 맡았다가 오히려 꾸중들은 후배들은 안 맡고 싶어지고, 무엇이 내게 적합한 일인지 모르는 후배들은 못 맡고 있다. ‘저요’라고 말했다가 동료들 일을 뺏은 격이 될까 눈치보고 있고, 맡아서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낙찰 타이밍을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위임은 경매장에서 낙찰하듯 하는 게 아니다. 능력에 맞추어서 지정한 몇몇 후보를 만나 개별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요리 종류에 따라 프라이팬도 넓적한 것, 우묵한 것, 종류가 다 다른데 어떤 일을 누구에게 왜 맡기는지를 고민하지 않은 채 자원자를 받는 것은 위임이 아니다. 떠넘기는 것이다. 위임은 리더의 책임과 권한을 주는 중요한 일이다. 위임을 할 때는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야 한다.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직원, 자신의 미래 비전과 연관이 있는 직원, 업무 스타일과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직원이 누구일지 생각하자. 기껏해야 세 명이라 고르고 자시고 할 직원이 없을지라도 현재 맡길 직원에게서 그 이유를 찾자. 위임은 일을 주는 것인 동시에 경력을 키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위임은 “내가 바빠서”가 아니라 “네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하는 것이다. 위임은 ‘안 하면 안 돼’라고 협박하는 게 아니라 “네게 맡기면 안심이 돼”라고 격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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