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귀여워하니까 할아비 뺨을 친다.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서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당기는 손자녀석처럼 개념을 상실했다. 치켜세워주니까 하늘 아래 무서운 것이 없다. 싹수가 보이길래 자부심을 키워줬더니 자만심만 컸다. 직속상사를 건너 뛰고 임원에게 자기 어필을 하지 않나, 상사가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지 않나, 아주 갈때까지 가보자는 심산이다. 일 잘하는 부하보다 충성하는 부하가 생명력이 길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 더 크기 전에 조직의 쓴맛을 보여주고 야코를 죽여야겠다.
뒷물이 밀치고 올라와야 파도를 만든다.
뒷물이 앞물을 뛰어넘어야 물세가 세진다. 제자가 잘 나야 스승이 위대해지고 후배가 치고 넘어와야 상사도 키가 큰다. 괴씸하게 볼 일이 아니라 대견하게 여길 일이다. 무능한 상사는 선을 긋고 넘어오지 못하게 하지만 유능한 상사는 목표를 정하고 넘을 수 있도록 자극한다. 기싸움으로 몰고 가지 말고 실력 싸움으로 맞붙어보자. 힘으로 야코 죽이는 것은 유효기간이 짧지만 실력으로 야코 죽이면 앞으로 편해진다. 말로 윽박지르기 보다 실력으로 무릎을 꿇게하자. 문제는 그런 결정적인 실력이 없기 때문에 초조한 것이다. 계급장 떼고 붙으면 이길 방도가 없을 것 같아 불안한 거다. 사랑으로 때리는 매가 아니라 누르려고 때리는 매는 반항한다. 매를 때리려면 사랑이 있어야 하고 호통을 치려면 존경을 받아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경은 ‘고함 지르기나 호통치기는 선수들이 감독을 존경할 때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힘만으로는 안된다. 부하가 인정할 만한 실력이 있던가, 부하의 실력을 쿨하게 인정해주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부하보다 나아야 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아는 한 도와줄께’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뒤에 서있자. 상사는 휘어잡는 대장이 아니라 밀어주는 후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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