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과거 2세대 이동통신으로 비동기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GSM방식을 도입했지만 우리 정부는 CDMA방식을 밀어붙였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CDMA는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뒀고 이를 계기로 국내 기업도 휴대폰과 통신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기반을 확보했다.
하지만 CDMA원천기술은 퀄컴이 갖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벤처기업 연구소에 불과했던 퀄컴은 한국으로부터 로열티를 거둬가면서 세계적 정보통신업체로 거듭났다. 이처럼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을 수입할 수 밖에 없고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술무역수지 적자폭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기술무역수지 손실은 무려 48억56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2001년 20억2400만 달러였던 기술무역수지 손실은 해마다 금액이 늘어 2005년 29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008년에는 30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전기전자 분야는 기술도입액 중 58.4%를 차지하며 전체 기술무역수지 손실의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는 극히 미진하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수출할수록 해외에 지불해야 할 로열티는 늘어나는 구조다. 이같은 문제는 당장의 실적과 성과에 집착해 응용기술에만 치중하는 경향과 무관치 않다. 국가 연구개발사업 평가도 당장 얼마나 성과를 거뒀느냐에 맞춰지다보니 미래를 내다보고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원천기술은 전폭적인 지원과 인내심의 결과로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기술수지 흑자국이 될 수 있도록 당장 눈앞의 성과가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원천기술 확보 노력과 정책적인 기다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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