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적 사업` 예타 통과 좌절

국토해양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디지털 지적도 구축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제시대 이후 100년 만에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잘못된 지적을 바로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일단 좌절됐다. 국토부는 사업계획을 수정해 내년 상반기 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8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부 ‘디지털 지적도 구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맡아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이 사업의 경제·정책적 종합분석(AHP) 지수를 사업이 불가한 0.36으로 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HP가 0.5를 넘어야 국가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다.

KDI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보고서를 작성, 조만간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디지털 지적도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의 지적을 재조사하는 이 사업은 2020년까지 10년간 3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가 4대 강 사업을 대규모 예산을 소요하는 가운데 또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사과정에서 향후 잘못된 지적으로 인한 보상문제를 놓고 토지 주인과의 잦은 법적분쟁과 막대한 소송비용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경제성 분석기준인 편익비용비율(B/C)은 0.8로 예상외로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디지털 지적도 시범구축 사업’을 통해 현재 기존 지적도와 실제 땅의 생김새, 크기가 다른 측량 불일치 토지가 전체 필지의 1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엉터리 지적도로 방치된 국유지도 418㎢가 넘는 등 사회적 비용도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요 예산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며 “그래도 예상보다 높은 편익비용 비율이 나오면서 이 사업의 정책적 적합성은 많이 검증된 만큼 향후 예산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수정 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지적도 사업’은 일제시대 때 일본 도쿄를 기준으로 작성된 현재의 지적도를 GPS와 인공위성을 활용해 재조사하고 디지털 데이터로 만드는 대역사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국내 공간정보산업에도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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