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 새 환경에 적응하려니 더 힘들다. 신입사원은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도 경력입사자는 견제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무슨 일을 했었는지, 스카우트 된건지 단순입사인지, 경력 호봉은 얼마나 인정받는지, 캐고 싶어하고 재고 싶어한다. 스스로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신입사원일 때는 모든 것이 새로왔는데 산전수전 겪고 돌다 들어온 회사라 그런지 모든 것이 마뜩치 않다. 사무실 환경부터 의사결정과정까지 자꾸 예전 회사와 비교하게 된다.
무릎팍도사에서 배우 문소리가 어릴적 전학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져서 급작스레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단다. 전학가서 사흘동안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묻는 말에 ‘네, 아니오’ 라고만 답하고 4일째부터는 서울말씨를 썼다고 한다. 서울 표준어를 쓰는 친구들과 달라지기 싫어서 사흘만에 부산사투리를 고친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랬다. 맨처음에는 관찰하고 수용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화장실 위치와 버스 노선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조직도와 구성원 경력, 진짜 보스와 소식통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아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식사시간, 회식자리, 회의시간, 흡연실에서 겸손하게 들으며 상황를 파악해야 한다. 남들보다 능력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보다 성실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도록 조용히 스며들자. 접시밥도 담을 탓이다. 잘 담으면 꽉꽉 눌러 담을 수 있다. 초짜 신입사원처럼 순수해질수는 없지만 노련하게 미세한 차이를 읽어낼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을 읽는 귀는 세월이 선물해준 귀중품이다.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실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이 회사에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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