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1년 10대 소비 트렌드 살다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욕심내는 일이 많다. 하지만 만사가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실은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이 둘을 둘러싼 온갖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좋은 상품을 내놓고 적절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도 기대만큼 성과가 돌아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제 두 마리 토끼를 한번 잡아보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그해의 간지에 해당하는 동물을 주제로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를 제시해 왔다. 2011년, 신묘년 토끼 해를 맞아 김 교수팀은 10대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를 ‘두 마리 토끼(TWO RABBITS)’로 삼았다. 책에서 언급한 두 마리 토끼는 속담의 상징과는 다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요구에서 파생되는 ‘모순의 토끼’를 의미한다. 모순된 요구가 시장을 주도할 내년 소비 트렌드를 미리 예측함으로써 토끼처럼 도약하는 신년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요즘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태도를 보면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남자가 남자 같지 않고, 노인은 노인이길 거부한다. 여성들 사이에 밀리터리룩이 유행하고, 남성들도 피부 관리를 받는다. 소비자는 성별, 나이, 지위 등 이른바 인구 통계학적 분류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다.
소비자는 유명인의 선택에 더욱 의존하고(Tell me, Celeb), 날씨 관련 상품의 수요(Weatherever Products)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신을 공개하면서도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애쓴다(Open and Hide). 기술 발달도 소비의 양면성을 부추긴다. 스마트폰의 ‘증강현실’이 보편화하면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현실의 소비가 가상의 도움을 받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만들어진다. 이른바 실재 같은 가상이다(Real Virtuality).
소비자의 양면성은 즉각적인 현재 지향형 소비 행태를 늘리기도 한다(Ad-hoc Economy). 직접 제품을 만드는 능동적인 소비에 열광하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을 느끼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By Inspert, By Expert). 휴식을 취해야 할 여가시간에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을 위해 평소보다 더 시간을 아껴 쓴다(Busy Break). 또 모순된 소비의 정체성을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거침없이 발산한다(Ironic Identity).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Tiny Makes Big).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는 진정한 신뢰를 갈망하고 있다(Searching for Trust).
바빠진 여가 시간을 예로 들어보자. 현대인에게 휴가는 다양한 활용의 시간이다. 자기 계발에 비지땀을 흘리거나, 스포츠에 몰입하거나, 부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휴가에 관한 공통된 관념이 하나 있다. 시간만 죽이기엔 아깝고 불안하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면 휴가에 대한 가치관조차 단순히 ‘휴식’이 아닌, 일상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주체적’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새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소비자의 복잡다단한 변화를 세심하게 읽었으면 하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김난도·권혜진·김희정·이준영·전미영 지음. 미래의창 펴냄. 1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