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세상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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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악수.`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미국 정부에 이란의 핵무기 설비를 공격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11월 17일 압둘라 왕(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석유수출기구(OPEC) 회의 참석차 사우디 리야드 공항에 도착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왼쪽)을 웃으며 맞이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인터넷 비리 고발사이트(whistle-blower) 위키리크스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270개 해외 공관과 미 국무부가 주고받은 외교전문 25만여건을 공개했다. 공개된 외교전문에는 북한이 경제난 등으로 붕괴할 경우 친미적 통일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중국에 ‘상업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국제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미 정부는 중국 정부에 북한산 미사일 부품이 이란으로 넘어가지 않게 막아줄 것을 요청하는 등 물밑 정보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부는 또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연합(UN) 핵심 관계자의 인적사항,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팩스 번호, 자주 사용하는 항공편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정보요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외교관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뇌졸중 휴유증에 따른 ‘무기력한 늙은이(flabby old chap)’로 묘사한 내용까지 공개되는 등 동북아시아 국제 외교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였다.

또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이란의 핵무기 관련 설비를 타격하라고 미국을 여러 차례 종용했고, 사우디의 여러 기부자가 테러단체 알-카에다를 재정적으로 가장 많이 후원한다는 사실, 중국 정부의 공작원이 미국과 미 동맹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가담했다는 전문도 공개돼 주목됐다.

이 밖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브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휴고 차베스 베네수엘 대통령 등 세계 주요 권력자에 관한 미 외교가의 평가도 함께 공개됐다. 위크리크스(wikileaks.org)는 이날 미 정부 외교전문 공개를 앞두고 인터넷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받는 등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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