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이 전화를 받으면 ‘직원 없어요?’라고 물었었다. 여직원은 직원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때가 있었드랬다. 지금은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만큼이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속도를 남성의 가정진입 속도가 따라잡지 못했다. 그 공백을 시어머니, 친정엄마, 스스로가 메우느라 싸움닭이 되버렸다. 일을 잘하면 ‘여자 같지 않아’라고 여자 부류에서 제외시키고, 일을 못하면 ‘여자들은 다 저러라고 싸잡아 몰아부친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떠나온 문제라고 해소된 문제는 아니다.
안 보인다고 없어진 건 아니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완벽하게 떠나왔고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과정이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도 늦추지 말아야 하지만 여성 스스로에 대한 문제의식도 팽팽히 당기자. 여자이기 때문에 차별받으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만큼 여자이기 때문에 우대받으려는 생각도 말끔히 지워버리자. 이제 여성의 직업은 ‘권리’의 시대가 아니라 ‘의무’의 시대다. 아직도 백마 탄 기사가 나타나 겸사겸사 회사를 관두는 꿈을 꾸고 있는가? 이제 여성에게 직장은 필수다. ‘그냥 다녀보는 중’이 아니라 생존해야 하고 승진해야 하고 인정 받아야 한다. 조직의 룰에 맞추어 먹기 싫은 술도 마셔야 하고 나누기 싫은 농담도 맞받아쳐야 한다. 전략 짜서 성과를 드러내야 하고 낯선 사람들과 명함을 나누어야 한다. 남성들은 관두고 싶었던 때가 없었을까? 인격모독하는 영업회의, 끝날 줄 모르는 철야, 협잡에 가까운 정치까지 염증나고 짜증나는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처자식 생각하고 백수된 무능한 남자 꼴 되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그 고비를 넘긴다. 버티려면 세상에 맞추어야 한다. 강한 자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다 보면 강한 자가 된다. 강해야 룰을 바꿀 수 있다. 세상 탓 말고 세상 바꾸기 위해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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