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는 저출산이 걱정이라지만 개인적으로는 낳아놓은 자식 키우는 게 더 걱정이다. 대학만 들여보내면 될 줄 알았는데 유학에 취업에 결혼에 육아까지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너무 길다. 앉혀놓고 가르치려 들면 바쁘다고 없어졌던 아이가 용돈이 필요할 때만 방문을 두드린다. 아무리 키워도 자라지 않는 것 같은 자식, 점점 부모 노릇하기는 힘들어지고 부양기간은 길어진다. 부모 책임 다하기 위해서라도 오래오래 살아야 할 것 같다.
없어도 유학 보내고 빚져서 결혼시키는 부모 덕분에 장성했지만 앞가림을 못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것은 온실 속 화초에게 과도한 비료를 주는 것과 같다. 부모는 온실값부터 비료값까지 투자한 본전 생각에 비현실적인 열매를 기대하게 된다. 청년은 부모의 욕망에 부응하고자 쉽사리 자질구레한 일에 뛰어들지 못한다. 용돈 타쓰는 게 훈련이 되면 직접 버는 게 낯설어진다. 부모는 본의아니게 자녀에게 거지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의존적인 성인아이는 남탓, 회사탓, 세상탓을 하며 또다시 익숙한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거지 훈련 시켰으니 거지로 성장한게 당연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고, 머리에 이고 가도 안 힘들 것 같은 자녀에 대한 사랑도 이제 좀 거리를 두자.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될 사람이고 딸은 사위의 아내될 사람으로 여기자. 비행기 승무원이 안내하는 비상상황 대처법을 보면 어른부터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다. 아이나 노약자부터 돌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힘이 있는 성인이 먼저 건강해야 약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모 스스로 먼저 잘 서야 한다. 이제 자녀를 분신으로 여기고 소유하려 하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객체로 대해보자. 그것이 부모의 자유뿐만 아니라 자녀의 건설적인 독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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