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기사나 게시물을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방문해 지속적으로 댓글을 남기는 행위.
보통 인터넷 게시물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댓글도 달리지 않지만, 성지순례 대상이 된 게시물, 즉 성지는 화제에서 멀어진 후에도 정기적으로 네티즌이 방문하며 계속 관심을 나타낸다. 순례객들은 방문할 때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라고 댓글을 달며 해당 사안을 잊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최근의 대표적 성지로는 병역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MC몽이 지난 2005년 네이버 지식인에 올린 병역 면제 관련 질문 글을 들 수 있다. 자신의 치아 상태를 설명하며 병역 면제가 가능한지를 물은 이 게시물은 네티즌 수사대에 발견돼 MC몽의 병역 비리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간주됐다. 이 게시물에는 수만개의 댓글이 달리며 성지로 떠올랐으나 결국 삭제됐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호텔 방 묵주 교환’ 기사도 성지 자리에 올랐으며, 차가운 도시 남자, 즉 ‘차도남’이란 표현이 처음 탄생한 웹툰 ‘마음의 소리’ 해당 호에도 성지 순례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본지 기사 중 대표적인 성지로는 온라인게임 ‘진삼국무쌍’을 ‘김상궁물산’으로 오기한 게임 기사를 들 수 있다. 유망 상장 게임사 전망을 다룬 이 기사는 인터넷에서 폭발적 화제를 끌며, ‘왕궁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궁들 간의 암투와 음모를 다룬 본격 궁중 게임’ 등의 패러디를 낳았다.
이처럼 성지는 정치 뉴스나 웹툰, 인터넷 게시판의 게시물 등 성격에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게시물이든 순식간에 메인 페이지에서 밀려나는 휘발적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에서 멀어진 예전 게시물을 굳이 찾아가는 성지순례란 행위는 매우 낯선 현상이다. 수많은 정보들이 정신 없이 쏟아지고 곧바로 잊혀지는 인터넷에서도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네티즌의 마음이 놀이의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오늘의 한 마디
A: 동아리 총무가 지난 회식 때 여회원 희롱한 건에 대해 홈피에 해명글 올린 거 봤어요? 연가시 외계인이 신경계에 침투해 시킨 일이라 자기는 결백하다네요.
B: 어제 봤어요. 저 이제 그 글 성지 순례 다니려고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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