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규정 변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가 3관왕에 올랐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못 땄다고 그렇게도 구박하던 언론과 협회에서도 언제 그랬더냐 싶게 박 선수 칭찬에 침이 마른다.

사실 박 선수의 우승은 예견된 결과다. 2009년까지 허용됐던 전신 수영복이 올해부터 금지됐기 때문이다. 박 선수는 원래부터 전신 수영복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 변화에 따른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전신 수영복을 입으면 부력이 증가하고, 마찰이 감소한다.

골프에서는 일찍부터 장비에 대한 규정들이 강화돼 왔다. 예를 들면 드라이버 페이스 반발계수를 0.83으로 한정했고, 드라이버 헤드의 크기를 460㏄로 제한했으며 올해부터는 아이언 페이스에 있는 홈(그루브)의 형상을 과거 한글 디귿 모양에서 둥근 가장자리를 가진 알파벳 V 모양으로 바꾸도록 했다.

드라이버 규정 변경은 프로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성적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아이언 페이스의 그루브 규정을 바꾼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샌드웨지의 그루브를 둥근 V 모양으로 만들게 되면 백스핀 양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과거처럼 그린에 떨어뜨려 뒤를 죽 끌려오는 플레이를 하기가 어렵다. 러프에서 샷을 할 때는 그린에 떨어뜨려도 전혀 멈추지 않고 그린 뒤편으로 굴러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프로골퍼들은 온 그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드라이브 샷을 어떻게든 페어웨이에 떨어뜨려야 한다. 만일 페어웨이를 벗어나서 러프로 들어가는 날에는 온 그린은 고사하고 세컨드 샷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미국 PGA 중계방송을 보면 이렇게 그루브 규정이 바뀌었는데도 웨지 샷으로 백스핀을 잔뜩 먹여 그린에 딱 멈추는 선수들이 있다. 백스핀을 많이 먹이려면 더 날카로운 각도로, 더 빠르게 내리쳐야만 한다. 연습량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규정이 바뀌면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 PGA의 필 미켈슨이 좋은 예다. 워낙 숏게임을 잘하는 선수지만 바뀐 규정에 따른 웨지를 예전처럼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작년 겨울 시즌에 그가 쏟은 땀방울의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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