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고 비도 많이 내렸다.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기후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다시 겨울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여름철에 입었던 푸른 외투를 훌훌 벗어 던져버리고 다시 혹한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우리는 30년 만에 찾아온 이상한파로 최대전력이 6896만㎾(1월 13일)까지 올라가서 전력공급 예비율이 적정치보다 무려 4%가 낮은 6.1%까지 낮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올 여름에는 무더위로 최대전력이 6989만㎾(8월 20일)까지 올라가 공급예비력이 6.4%까지 낮아져 전력안정공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이번 겨울철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근본적인 원인은 적기에 발전소 건설을 하지 못해 공급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비정상적으로 낮은 전기요금 영향으로 전기의 낭비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전기 과소비를 유혹하는 광고를 종종 접하게 된다. 한 예로 소비전력 1.8㎾의 전기난방기를 하루 8시간 사용할 때(㎾h 당 단가 74원 적용) 일반용 요금을 적용받아 일일 전기요금이 1000원 수준(1개월 사용 시 3만원 정도)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이는 기본요금을 제외시킴으로써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다.
주택에서 사용할 경우 다른 전기제품은 사용하지 않고 전기 난방기기만 사용하는 경우에도 1개월간 사용량이 432㎾h 정도 돼 5단계 누진제를 적용받아 난방요금만 5만7000원 정도 청구된다. 그리고 모든 가정에는 전기난방기기뿐만 아니라 냉장고·전등·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을 사용하므로 전기사용량이 전기난방기기 사용량과 합산돼 사용량도 대폭 증가하고, 전기요금 누진폭도 높아져 훨씬 많은 요금이 청구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단순히 난방기기 판매 광고내용만 믿고 구매했을 경우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부정확한 정보로 한번 구매하게 되면 그 제품을 버리거나 사용하지 않게 돼 결국 자원의 낭비와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면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사용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 다가오는 동절기에는 최대전력이 7000만㎾를 넘어 설 것이 확실하므로 전기사용의 낭비를 줄이고 전력안정공급에도 기여하도록 지혜를 모아야겠다.
황봉환 전력거래소 전력시장처 시장운영팀 차장 bhhwang@kp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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