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벤처캐피털(VC)과 작은 정부.’
글로벌기업의 개방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두 가지 외부 요인이 밑바탕이 됐다.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승화시키는 조력자의 역할은 클수록 좋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는데 정부의 간섭 대신 기업들 스스로의 노력이 더 유효했다는 뜻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실리콘밸리의 VC는 아이디어 벤처가 지속적으로 나와 시장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탄탄한 토양이다. 특히 최근의 인터넷산업 패러다임 변화에도 이런 VC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수년 전부터 VC들은 슬라이드닷컴, 락유와 같은 소셜 기반의 벤처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이들 소셜기업이 페이스북·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개방형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더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VC들은 ‘개방’ 정책을 펼치는 글로벌기업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혁신적인 벤처를 찾아 발굴하는 데도 나선다. 대표적인 VC인 클라이너퍼킨스(KPCB)는 최근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소셜 앱에 투자 전문 펀드인 s펀드를 만들고 페이스북, 아마존, 실리콘밸리은행인 앨런앤코 등을 끌어 들였다. 적극적인 생태계 조력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의 벤처 투자는 사실 장기적인 안목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지원 등이 결합되기 보다는 단순 비용 투자와 단기적인 경영성과의 집착 등 토양이 취약한 편이다. 최근 스타트업들의 활발한 등장으로 벤처 투자가 활기를 띨 조짐이 있는 만큼 과거 닷컴 붐 시절의 시행착오와 해외 VC의 투자 모델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외의 경우 VC의 힘이 큰 것만큼 정부의 규제는 그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글로벌기업이 플랫폼 개방을 시작한 이후에 크고 작은 잡음이 지속되지만 정부의 규제가 끼어든 사례는 거의 없다. 인터넷산업과 관련한 정부의 개입은 망 중립성과 같이 공공재 역할을 하는 통신 자원의 재분배를 조절하는 영역에 국한된다.
음란 앱 유통이나 허위 앱과 같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정부는 지나친 간섭보다는 기업들이 자정노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기업들의 자율규제는 법보다 더 강력하면서 비즈니스가 걸렸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애플은 성인용 앱의 기준을 더 강화해 이를 어긴 앱은 대거 퇴출시켰고,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해결책을 강구해가며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자율규제로 역기능에 빠르게 대처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셈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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