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는 필터가 생명입니다.’ 모 회사가 정수기 제품 출시에 맞춰 내건 대표 홍보 문구였다. 이 회사는 실제 고품질 필터를 앞세운 제품으로 국내 정수기 시장을 평정했다. 필터는 정수기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국내에 제대로 된 필터 기술을 갖춘 기업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경기도 화성에 본사를 둔 파라는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도 무시 못하는 필터분야의 장인기업이다. 권미리 파라 대표(38)는 “10년 넘게 한 우물만 고집한 결과”라며 “지금은 국내 뿐 아니라 일본·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기술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파라는 1999년 성분 분석 장비와 같은 계측기 개발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듬해 초미세막으로 불리는 ‘멤브레인’ 개발에 성공하면서 수처리 분야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국내 정수기 1위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일본 토토·파나소닉과 손잡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자체 연구소를 두고 기구와 생산라인 설계에서 원재료, 필터까지 일괄 개발하며 양산체제까지 갖췄다. 10년 동안 쌓은 생산 노하우와 개발력 덕택에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모두 맞출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다. “필터는 쓰임새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대표적인 게 ‘중공사막(UF)’방식입니다. 정수량이 풍부하고 미네랄을 거르지 않고 정수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역삼투압(RO)’방식은 악성 중금속까지 제거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미네랄까지 전부 걸러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모두 핵심은 필터 기술입니다. 얼마나 정밀하게 필터를 뽑아내고 물이 흐르는 막을 균일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입니다.”
파라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기술력 하나로 품질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을 뚫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수출 성과를 인정받아 대일수출 유망기업으로 뽑혔다. “필터는 제균력과 유량에서 기술력이 갈립니다. 제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균일하게 막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유량을 얼마나 처리할 수 있는지도 필터 기술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본 토토· 파나소닉 등에서 이를 인정해 해외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파라는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미국 등으로 수출 길이 날로 넓어지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 얼굴을 내밀면서 알음알음 회사 이름이 알려져 지금은 되레 해외 유수 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도 많아졌다. 권 대표는 “해외 기업이 직접 필터 성능 비교를 끝마치고 연락이 오는 상황”이라며 “해외 영업팀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아프리카 오지와 군부대용으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던 휴대형 정수기도 파라의 작품이다.
파라는 지난해 매출 60억원에 이어 올해 100억원, 내년에는 200억원으로 ‘더블 성장’을 확신했다. 대부분의 신규 매출은 해외에서 기대하고 있다. 권 대표는 “올해가 수출을 위한 사실상 원년”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토종 필터 기술의 매운 맛을 보여 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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