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자가 제일 먼저 챙기는 게 기업 대차대조표다. 기업 성적표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는 매출에서 영업이익, 순이익까지 조목조목 숫자로 보여줘 한눈에 경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확실한 데이터여서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할 틈이 없다. 그만큼 숫자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특정 시장에서 해당 제품 비중을 따질 때도 숫자가 절대적이다. 시장 점유율을 뜻하는 ‘마켓 셰어(market share)’가 그것이다. 마켓 셰어는 시장에서 자기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보여준다. 경쟁 기업과 비교해 해당 기업과 상품의 현주소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줘 기업 현황을 파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데이터다.
올해도 얼마 안 남았다. 연말로 치달으면서 기업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올해 목표 대비 실적을 놓고 ‘숫자 싸움’이 한창이다. 목표를 이미 초과한 기업이야 느긋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당장 ‘발등에 불’로 떨어질 시점이다. 다급한 마음에 막바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이 불붙고 있다. 벌써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점입가경이라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실적을 위해, 시장 점유율을 위해 업체마다 가격 경쟁이 불붙었다는 소식이다. 일부에서는 평상시에 상상할 수 없었던 가격대의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가격 경쟁은 당장은 실익이다. 같은 제품이라면 가격이 싼 제품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데 효과가 있다. 문제는 브랜드다. 브랜드와 가격은 공교롭게 정비례 관계다. 가격이 싸면 브랜드 위상에 흠집이 날 수 있다.
이를 겨냥해 최근 등장하는 개념이 ‘마인드 셰어(Mind Share)’다. 마케팅 용어인 마인드 셰어는 소비자 마음속에 특정 기업, 상품과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이론 자체는 오래전에 나왔지만 정확하게 계량화할 수 없어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마인드 셰어가 최근 감성경영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켓 셰어는 시기에 따라 수없이 바뀌지만 마인드 셰어는 영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숫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 신뢰를 얻어 마음을 사로잡는 게 지속성장 기업의 비결일 것이다. 마켓 셰어가 전술이라면 마인드 셰어는 전략이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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