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빛낸 SW] 이제는 소프트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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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아이폰의 국내 등장은 휴대폰이나 이동통신 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이끌어오던 우리나라 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름도 모르던 대만 업체에 한참이나 밀리는가 하면, 최근에는 스마트폰 부진으로 국내 굴지의 회사 CEO가 바뀌었다.

PC와 MP3 플레이어를 만들던 애플은 휴대폰이 더 이상 이동전화기가 아니라 모바일 컴퓨터로 진화했음을 아이폰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렸다. 인간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디자인, 다양하고 재미있는 애플리케이션,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PC보다 빠른 반응속도 등 기존에 휴대폰이나 PC가 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주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초 아이패드를 선보이며 전 세계 사람들을 다시 한 번 흥분시켰으며, 향후 TV 등 가전기기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만들거라는 얘기가 들린다.

국내 업체들은 부랴부랴 스마트폰을 만들어 국내 시장에서 최근 선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만든 것을 사용했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를 우리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업체가 애플의 아이폰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재 유일한 방법이 구글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 업체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하다보니 휴대폰 한대를 팔아도 이익은 몇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당장은 구글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쓴다지만 구글이 언제까지 소프트웨어를 계속 공개할 지도 모르고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쓰면서 구글의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그야말로 남좋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우리가 60년대 섬유산업을 시작으로 70∼80년대 중화학공업을 거쳐 2000년도에 반도체, TV 등 전자 산업까지 선진국들이 주도했던 분야를 하나씩 따라잡아 이제는 글로벌 산업강국으로서 위상을 갖추었다. 하지만 세상이 지식서비스 사회로 바뀌고 산업의 소프트화가 이루어지면서 경쟁력의 핵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 HW 중심의 산업 부흥에 성공해왔던 우리나라도 SW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SW는 휴대폰이나 TV같은 정보통신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기, 조선 등 주력산업은 물론 에너지, 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경쟁까지 좌우하고 있다.

SW가 고급차 제조원가의 50%에 이르고 있고,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서비스부터 빌딩이나 발전소의 에너지 관리까지 모두 SW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SW 경쟁력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한참 떨어진다. SW 산업 생태계도 불법 SW 복제와 후진적인 하도급과 유지보수 관행, 영세업체 난립과 과당 경쟁 등으로 낙후되어 있다. IT서비스 업체를 제외하고 매출 1000억원이 넘는 SW 회사를 찾기도 힘들다. 국내 SW 산업이 혁신과 변화를 통해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산업이 고부가가치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올해 초 ‘SW강국 도약전략’을 수립하여 생태계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현재 후속 사업들을 착실히 추진 중에 있다. 특히 WBS(World Best Software) 사업을 신설하여 국내 중소 SW 기업들이 SW 전문기업으로 성장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핵심 SW 개발을 추진 중이다. SW영재 육성을 위한 SW마에스트로 과정도 신설하였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SW인력양성을 위해 대학생, 재직자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낙후된 SW 생태계가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SW 산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정부의 노력도 큰 의미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를 상생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중소 SW업체들이 전문 SW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을 인정해주는 풍토도 정착되어야 한다. 대기업들은 점점 축소되는 국내 공공 IT서비스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SW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SW산업에 필요한 인적·기술적 인프라를 확충하여 기업들의 노력에 힘을 보탤 것이다.

SW 산업인의 날을 맞아 어려운 SW산업 여건 속에서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러한 분들이 더 많이 나와 우리도 10년 뒤에는 MS나 구글 같은 회사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 ahnhh@mk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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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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