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풍력부품업체 평산은 2007년 코스닥 대장주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이 같은 자신감을 근거로 독일 기어박스 업체 인수ㆍ합병(M&A), 중국 다롄 공장 신설 등으로 풍력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수주가 끊기면서 5000억원가량의 빚을 떠안게 됐다. 결국 야심차게 늘려 왔던 해외공장을 도로 내놓을 처지에 놓였다. 현재 평산은 현대중공업과 독일 자회사 분할 매각에 대한 `딜`을 추진 중이다. 최대주주 지분은 회사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매각 가능성이 업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2. 코스닥 유선통신장비업체 유비쿼스는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M&A로 몸집을 키운 시스코는 지난 9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스카이레이크펀드에 투자했다. 증권가에서는 스카이레이크펀드가 양 당사자 사이에서 딜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양 당사자는 딜의 추진상태를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지만, 소문은 쉬 사라지지 않고 있다.
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중소형 기업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동양생명 등 대형사까지, 빅딜(Big Deal)부터 스몰딜(Small Deal)까지 기업 M&A전이 전방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영각 삼정KPMG그룹 회장은 "각 대형 회계법인이나 투자은행마다 빅딜 2건 정도씩은 갖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중소형 M&A 컨설팅업체 대표는 "M&A 의뢰건수가 2배로 늘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 M&A 부티크 대표는 "기업실적이 한계에 부딪혀 급매물이 쏟아지면 받아줄 돈은 넘치는 상태"라며 "3~4개월 전에 비해 M&A 물량이 서서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중형증권사 소속 사모펀드 운용역은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등에서 자금 지원하라고 푼 돈만 수조 원인데 아직 펀드를 꾸리지도 못한 자금이 넘치고 있다"며 "M&A 건을 찾아내 성사시키려는 선수들의 경쟁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PEF(사모펀드)들도 경기 상황을 보며 들고 있는 대형사들을 풀려고 하는 상태다. M&A 시장에 본격적인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딜을 부추기고 성사시킬 돈과 인프라가 과열 상태다.
■ GS·포스코·CJ…실탄 수조원, 컨설팅사에 M&A의뢰 두배 늘어
◆ 신성장동력 확보 한창인 탓=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 버틴 기업들은 `살아남은 자`의 파티를 즐겼다. 곳간에 돈이 쌓였다. 이들은 번 돈으로 `기존 주력원 강화냐, 신사업 진출이냐`의 갈림길 중 후자를 택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본부장은 "기존 사업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투자 외에 다른 무언가를 붙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에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연이은 빅딜도 돌아보면 `신성장동력` 확보 싸움이다.
가문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현대건설, 민영화와 은행권 합병이라는 양대 화두가 달린 우리금융, 삼성그룹과 SK그룹이 붙은 메디슨, KT&G가 인수의향서를 낸 성우리조트 등 최근 굵직한 매물을 탐내며 붙은 딜들은 모두 평소 돈을 많이 쌓아둔 기업들의 새 사업원 확보 전략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 GS, 포스코, CJ 등이 주포=실탄을 가진 M&A 큰손으로 GS그룹, 포스코 등이 꼽히고 있다. 롯데가 적극적으로 M&A에 나선 반면 GS는 신중한 접근으로 매번 고배를 마셔 왔다. 그 덕에 GS는 많은 실탄을 확보했다. 지난 2월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롯데에 매각한 이후 현금성 자산이 4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M&A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의지만 바뀐다면 전체 M&A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현금보유력"이라고 평했다.
포스코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9월 말 "M&A 기회가 있다면 거침없이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다음의 먹잇감을 찾고 있다. 3조원에서 4조원가량의 운영자금 축적의 이면에는 M&A가 자리 잡고 있다.
CJ인터넷은 차기 성장동력으로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을 선정해 놓고 이 분야 중소기업 M&A를 검토 중이다. 지난 7월 100억원을 투자해 자체 개발력 확보, 국내외 우수 콘텐츠 수급, 개발사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중국, 중동 자금도 눈독=국내 부자 기업에 해외 갑부 기업까지 더해지면서 M&A의 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중동 등에서 한국 기업을 향한 `러브콜`의 횟수가 늘고 있다.
인도 마힌드라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강점을 가진 쌍용차를, 대우일렉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란의 가전유통업체 엔텍합그룹이 가져갔다.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인민대회 이후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시장에 관심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공상은행의 광주은행 인수 참여설도 이 같은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광주은행 입찰 마감은 오는 26일이다.
◆ M&A 체결 건수는 미미=그러나 M&A의 결실은 아직 `풍요 속 빈곤`이다.
실제로 많은 딜이 성사되기까진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 실적을 구가한 잘난 기업들은 M&A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요구하고 있고, 빚더미 기업도 회사의 가치를 부풀려 평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M&A 시장에는 건설사, 저축은행, 골프장 등 3대 매물이 꾸준히 쌓여가고 있지만 수익성 저하와 부실한 재무구조로 성사되는 딜은 전무한 상태다.
[매일경제 문일호 기자/김대원 기자/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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