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영노트]김기철 KT테크 사장

김기철 KT테크 사장(56)은 사장실 출입문을 항상 열어놓는다. 임직원과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서다. 임직원과의 문턱을 낮추려는 것도 있지만 소통이 막히면 불만이 쌓이고, 이것은 결국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CEO 하면 으레 어깨와 목에 상당히 깁스를 한 채 뻣뻣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습니다. 그것은 닫힌 사장실 문을 바라보는 임직원들의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사장실은 오히려 유배지와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일반 사원에게 서슴없이 점심을 같이 하자고 권할 정도로 옆집 아저씨 같은 털털함이 묻어난다. 화려한 말솜씨로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것도 아니고, 조명 아래 빛나는 CEO도 아니었다. 하지만 털털함의 뒤춤에는 날카로운 경영 카리스마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취임했을 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 KT테크 CEO에 취임했다. 당시 경영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모기업인 KT와 긴밀한 협력 아래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제품 라인업의 한계로 소비자에게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가슴 아팠던 것은 휴대폰을 만드는 기업이 시장에서 잊히고 있다는 것이지요.”

상황은 급박했다. 김 사장이 선택한 것은 직원들의 사기진작이었다. 연구원들의 엔지니어로서 자존심을 살리고 시장에서 잊혀진 옛 명성을 다시 찾기 위해 제품 라인업의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첨병으로 풀터치폰과 스마트폰을 앞세웠다. 매출과 수익은 당분간 경영 키워드에서 후순위로 미뤄놓았다.

“풀터치폰은 경쟁사보다 2년 정도 뒤처졌지만 스마트폰의 기반이 풀터치폰이기에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그대로 성과에 반영됐다. 지난 5월 출시된 터치폰 ‘부비부비폰(EV-W700)’이 젊은 층에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까지 15만대가량이 판매됐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판매량이다. 와이파이망을 통해 스마트폰처럼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면서도 통화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틈새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또 순수 자사 기술로 만들어 낸 스마트폰 ‘테이크(Take)’를 이번 주에 출시하는 것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3월부터 7개월간 밤샘작업 끝에 내놓는 결과물이다.

김 사장은 “여러모로 지난 세월 열정을 쏟아낸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며 “KT테크가 지난해에는 아웃사이드였지만 올해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내년에는 1개 모델에서 반드시 히트작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사장의 이러한 자신감이 임직원들에게 전달되면서 조직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대화가 많아졌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먼저 서로의 고충을 들으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제품 경쟁력과 조직의 문제점을 직접 듣기 위해 과장급 이상 직원들과 6~7회 간담회를 가졌다”며 “현재 체감적으로 느끼는 것은 직원들이 과거 즐거웠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가장 많이 변화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때 ‘CEO에게’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직원들이 올렸던 수십건의 불편, 불만 사항도 이제는 전혀 없는 상태다.

김 사장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한 기업의 성장 역사를 함께 써내려 간다는 점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며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높고 6개월에 걸쳐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집중력 있는 인재가 있는 만큼 내년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는 KT테크가 될 것”을 확신했다.

김기철 사장의 온화한 얼굴에는 순간 감춰진 강렬한 카리스마가 비쳤다. CEO로서 지난 20개월간 임직원들과 함께했던 지루한 작업은 잊은 듯했다. 직원들이 말하는 KT테크의 구원투수 김기철 사장의 사장실 출입문은 오늘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열려 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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