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다가 면담했다. 지난번 기획서도 그렇고 이번 회의 발언도 그렇고 더 이상 눈 뜨고 두고 볼 수 없어 불렀다. 그런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아요,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라며 토를 달고 사족이 길다.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하면 긴말 않고 끝내려 했는데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태세다. 근거 없는 오만과 앞뒤 없는 오기로 승부욕만 불사르는 부하, 이번 기회에 버럭 소리라도 질러서 콧대를 팍 눌러줘야 하는가.
세게 누르면 세게 튕겨 나간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은 물리적 세계만이 아니라 사람관계에서도 작동한다.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마음 열고 그가 수용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콧대를 죽이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것 같다. 후배가 왜 인정하지 않고 우기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저 인간은 왜 저런 식이야’라고 상대 탓을 하기 보다 ‘지각 있는 저 사람이 오늘 왜 저러지. 합리적이고 사리분별 확실한 저 사람이 오늘 저런 행동을 하는 데에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의문을 갖자. 그래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만난다. 뜻밖에도 타고날 때부터 인격적 결함을 안고 온 고집쟁이인 경우보다 상황과 환경적 요인 때문에 진심과 달리 그러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에 인정하면 다음이 걱정되서라거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럿이 얽혀 있어서라거나 감정적으로 나를 받아들이기 싫어서라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선배들은 선배기 때문에 후배를 휘어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지 말자. 정말 내공 있는 도인은 힘을 뺀다. 골프의 스윙, 배구의 스파이크, 탁구의 스매시, 모두 힘을 빼라고 가르친다. 힘 빼고 호기심 갖고 더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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