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업계에 몸담은 지 어느덧 13년이다. 일선 현장을 방문해 상담하면서 그동안 느낀 것은 우리나라 제품 경쟁력이 이제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포장재에 있어서 여전히 많은 기업이 과거의 규격을 답습하거나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후속 조치나 보상을 해주는 사례다.
최근에는 이러한 포장재 분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정도다. 우선 산업발전과 더불어 설립된 제조·유통업체들은 그들의 특화된 다품종 소량 제품에 포장재 수급이 시급해졌다. 직원들의 경험만을 믿고 포장재를 설계했던 것과 달리 포장재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포장재에 대한 각국의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녹색 경영에 부합된 완충 포장재 발굴과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포장재 하나에도 재료비, 인건비, 물류비, 파손비 등과 관련된 원가절감 노력이 보태지는 실정이다. 또 제품 운반 도중 발생할 수 있는 파손에 대비해서 국제 낙하 실험 기준에 의거한 검증 데이터 확보, 전 세계 어디라도 수출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만족시키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게 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관심과 변화를 거부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포장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에 상당히 열린 마음으로 대비를 한다.
포장재도 하나의 제품과 더불어서 상품성으로 당당하게 가치를 부여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부산 소재의 한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는 조잡한 포장재나 신문지를 활용해 제품과 박스의 빈 공간을 채워 놓고 바이어에게 수출을 해왔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의 등장에 저가 정책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반대로 포장재까지 고급화시키면서 나름대로의 제값 받기 정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 제품에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름 ‘명품화 전략’이란 명칭으로 대표가 직접 총괄 지휘를 하고 있다. 이 업체의 포장재 개선은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아 국제 경쟁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식 실드에어코리아 팀장 brian.kim@sealed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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