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가 1학년생 전원에게 ‘고전’ 읽기를 의무화했다. 고전을 읽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교수들이 지난 1년간 머리를 맞대 동서고금의 명저 100권을 선정했고, ‘명저읽기와 글쓰기’ 과목을 전국대학 최초로 교양필수로 지정했다. 학교홈페이지에 명저 100선을 공지하고, 학교도서관에 ‘명저 100선’ 서가도 별도로 배치했다.
현재 이 과목을 수강하는 3000여 명은 2주에 1권씩 고전을 읽고, 핵심적 가치를 찾아내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독서노트’를 쓰면서 논리력과 분석력,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키우며, 토론을 통해 의견을 경청하고 다른 생각도 존중하는 예절을 배운다. 시공을 초월하는 진리와 법칙성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인성을 키우고 있다.
혹자는 ‘21세기에 무슨 고전타령이냐!’고 코웃음 칠 수도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보급 덕분에 맘만 먹으면 손쉽게 최신 지식과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는데, 그 변화속도도 얼마나 빠른데, 고전을 읽고 재해석하느라 시간을 낭비 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날수록 옥석을 가려내 자신의 것으로 재가공하는 통찰력과 창의력은 더더욱 필요하다. 최신 지식과 정보가 눈 깜짝할 사이에 구닥다리로 전락하는 세상에서 ‘무수히 많다’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고전교육을 주창한 ‘The Great Book Program` 덕분에 시카고대학은 그저 그런 삼류대학에서 노벨상수상자를 84명이나 배출한 세계적 명문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공계 출신 국가지도자와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칭화대 역시 사서삼경, 사기 등 중국고전 70권과 서양고전 30권을 학생들이 4년간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지정하며 고전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온고지신’이라 했다. 과거와 현재는 단절된 것이 아니며, 동양과 서양,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은 21세기의 화두다. 지금이라도 고전교육을 통해 인본주의를 상실한 채 기능주의로 왜곡되고 있는 우리의 안타까운 교육현실을 바로 잡아야한다.
이원영 영남대 홍보팀 helena5115@yumai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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