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옥션 합병 꼬이나…공정위에 합병신고서도 제출안해

`오픈마켓 공룡` 탄생으로 관심을 모았던 업계 1ㆍ2위 이베이지마켓(이하 G마켓)과 이베이옥션(이하 옥션)의 기업 합병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옥션은 지난 8월 6일 기업 공시에서 11월 1일부로 G마켓에 흡수합병된다고 밝혔지만 8일 현재 흡수합병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G마켓 관계자는 "옥션이 합병 작업을 위한 신고서도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연내 합병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합병이 늦어지는 표면적인 이유는 이베이 측이 공정위에 합병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입장에서도 합병신고서 없이는 기업합병 승인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합병이 늦어지는 실질적인 이유는 G마켓과 정부 당국의 관계 악화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사상 최고 수준의 과태료로 기록된 G마켓의 공정위 조사 방해다. G마켓은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컴퓨터 파일을 지우는 등의 방법으로 방해했다는 이유로 2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직전 과태료 최고액이 1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부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금액을 부과한 것이다.

G마켓과 옥션 간 흡수합병을 공시하면서 사전에 공정위와 교감을 이루지 못한 점도 관계 악화에 한몫했다. 옥션이 G마켓으로의 흡수합병을 8월 6일 오후 4시께 공시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 외부의 연락을 받고 옥션의 공시 사실을 알게 된 공정위 담당부서 직원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결국 같은 달 17일 양사 간 기업결합을 엄중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에 이른다. 통상 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서류만 검토하는 수준의 간이 심사 대상이지만 일반 심사 대상으로 정하고 기업결합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G마켓 관계자는 "여러 사건으로 공정위와 관계가 크게 악화된 것 같다"며 "합병신고서를 제출해봤자 승인이 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G마켓은 공정위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들과의 불협화음도 겪고 있다. 이달 초 감사원 등으로부터 할인쿠폰으로 할인된 금액을 매출액에서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600여억 원의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것. 지난달 초 열린 공정위 국감에서도 독과점 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한 G마켓의 불공정행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는 2001년 2월 옥션에 이어 지난해 4월 G마켓을 각각 인수했다. G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3143억원, 옥션은 2252억원으로 각각 국내 오픈마켓 시장 1위와 2위를 점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매일경제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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