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2.0]안테나 · 콘덴서-수동부품을 대접하라

`수동부품의 반격`

3분기 들어 LCD TV 등 가전 수요가 줄면서 많이 해소되기는 했지만,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동부품 품귀 현상이 심각했다. 대기업 수동부품 구매 담당자들은 협력사 출하 창고에 진을 치고 `입도선매` 식으로 부품을 받아 갔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수요는 한정돼 있고, 공급업체는 많아 공급과잉이 심각했던 수동부품 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수동부품업체들은 지난해만 해도 `찬밥` 신세였다. 세트와 종합부품업체들이 품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값싼 중국산 부품의 조달 비중을 매년 늘리면서 국산 부품업체들 가동률은 갈수록 하락했다. 덕분에 세트와 종합부품업체들은 중국산 부품 조달로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었지만 기존 국내 공급망 사슬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 회복에 힘입어 부품 공급이 부족해지자 중국 부품 업체들은 무리한 수준의 판가 인상을 요구했다. 일부 업체는 부품 공급 중단을 협박할 정도다. 위안화 절상까지 겹쳐 중국산 부품의 매력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부품업체로 다시 눈길을 돌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그 사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생산 설비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에는 국내 업체들이 라인을 100% 가동해도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싼 부품만 찾던 세트 업체들이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비록 3분기 IT 경기 하강으로 이 같은 품귀 현상은 잦아들었지만, 이전과 같은 공급망 관리 관행이 이어진다면 언제 다시 부품 업체의 부메랑에 가격당할지 모른다. 콘덴서 · 트랜스포머 등 수동부품은 장기간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기 때문이다. 부품 수요가 갑자기 증가해도 공급량을 짧은 시일 안에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동부품 업체들은 업황과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그동안 생산 규모를 줄여 왔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수익이 높아졌지만 세트업체를 믿고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다”면서 “상황이 달라져 중국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세트업체들이) 언제 물량을 줄이거나 끊어버릴지 알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