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계의 `엄친아` 등장이요

잘 뽑은 직원 한 명이 회사이나 매출이나 기업 이미지를 책임진다면 회사 대표 입장에선 더할 나위없이 행복할 것이다. 직원 한명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히트 상품을 만들어 회사에 기여한다면 힘이 절로 날 게 분명하다. 또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 서고, 회사의 학습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직원들도 회사 입장에선 언제든지 환영이다. G밸리에 이런 `일당백`의 직원들이 있어 화제다.

◇ 30만명이 기다리는 `호대리의 지라시(知喇時)`(가비아)



인터넷 업체인 가비아에 웹호스팅 서비스 기획자로 입사한 장지현 팀장(일명 호대리)은 동종 업계와 고객들 사이에선 `호대리의 지라시`라는 이메일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말 이메일 발송용 업무 보고서로 시작된 `호대리의 지라시`는 현재 30만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이메일을 발송하는데, 게시된 글 의 평균 히트 수가 6천건에 달한다. 댓글만도 평균 100건이 넘는다. 단지 재미있게 보낸 메일이 회사와 고객간의 소통 채널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가비아는 자사의 호스팅 서비스나 이벤트 등을 알리기 위해 정규 메일을 발송했지만, 스팸으로 처리되는 등 반응이 차가웠다. 이런 상황에서 장 팀장이 정규 메일에 함께 적어 보낸 개인적인 이야기가 고객들에게 호응을 받은 것이다. 소박함이 물씬 풍겨나는 글 솜씨와 진정성이 돋보이는 그의 이야기가 광고나 홍보 이상으로 회사의 가치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김홍국 가비아 대표는 “`호대리의 지라시`는 회사 의도와 상관없이 큰 돈 들이지 않고 기업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런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네오스`의 가치를 부각시킨 노태영 과장(MDS테크놀로지)



지난 2000년 임베디드 OS 관련 연구기획팀 대리로 입사한 MDS테크놀로지의 노태영 과장은 회사 독자 기술로 개발한 임베디드 OS `네오스`를 단기간에 휴대폰, 하이패스 교통시스템, 의료기기 등 분야의 60여개 업체에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외산 제품의 장벽이 높은 국내 임베디드 시장 상황에서도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작고 빠른 OS 제품의 컨셉트를 기획하고, 국내 상황에 맞는 가격정책 및 마케팅 계획을 수립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지난 2007년 지식경제부의 `항공기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과제`에 응모, 항공용 실시간 운영체제 개발 업체로 선정됐으며 올해 초에는 국제 항공 표준 최상위 단계인 `DO-178B 레벨 A`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무인기, 유도무기, 육상 전투체계 등 국방 분야에 이 회사의 기술이 활용될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김봉관 MDS테크 사장은 “기획, 영업 역량을 골고루 보유한 보기 드문 인재로 임베디드 OS 국산화 개발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하다”며 “이 같은 인재가 벤처기업에서 필요한 인물이며 회사도 이런 인재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회사 직원들의 영어 실력을 책임지는 `밀키(Milkey)`(넥서스커뮤니티)

필리핀인 밀키 클래블(Milky Clavel)씨는 넥서스커뮤니티의 영어 교육 담당자다. 밀키는 70명의 사내 직원과 1:1 수업은 물론이고 그룹 강의도 진행한다. 3년전 이 회사에 입사했지만, 그녀는 단순한 영어강사가 아니다.

밀키는 직원들의 자율적인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신청을 통해 1:1 수업을 도입했고, 점심 시간이나 티타임 시간에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 영어권 문화를 알리는 데도 열성을 보였다. 사내 안내 문구나 게시판 내용을 영어로 바꾸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영어로 말을 건내는 등 직원들의 영어 공포증 해소에 앞장 섰다.

수업 이후에는 평가, 녹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드백을 해줬고, 직원 수준에 맞는 교재나 학습 방법을 고안하거나 컨설팅을 해주었다. 이같은 그녀의 열정때문인지 대부분 직원들이 매주 있는 수업을 빼먹지 않고 영어 학습에 참가하고 있다.

양재현 넥서스커뮤니티 대표는 “항상 웃으며 다가서는 원어민 선생님에게 직원들이 마음을 열었고, 직원들이 자기개발 노력을 주도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앞으로 월간회의(Get Together)나 사내문화행사 등을 영어로 진행하는 등 영어 행사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 매출의 80%를 감당하는 `제니`(레이스전자)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CCTV 카메라 업계 내 해외 영업 관련 종사자라면 대부분 제니(본명 이경옥)라는 이름을 안다. 해외영업 경력 7년차인 그녀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근성으로 해외 영업의 달인으로 꼽힌다.

한번에 큰 주문을 받기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객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게 그녀가 갖고 있는 영업의 비결이다.

그녀는 해외 바이어가 집에에 키우고 있는 개의 이름도 외울 정도로 섬세하다.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이 있으면 굳이 자세 제품이 아니더라도 추천해 준다. 이런 노력이 결국은 고객의 신뢰를 받는 밑바탕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다.

실제 2005년 30억원대의 매출 실적을 올렸던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90억원대, 2007년 160억원, 2008년 180억원, 그리고 2009년 2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그녀가 속한 팀이 항상 80% 이상의 실적을 감당했다. 팀 매출은 매년 100% 이상씩 성장해왔다. 고작 5명으로 구성된 그녀의 팀에서 말이다.

박용규 레이스전자 대표는 “제니는 바이어가 뭘 원하는지를 간파해 필요한 것을 제시하는 탁월한 감각이 있다”며 “그녀는 직원이라기 보다는 사업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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