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방송사나 신문사들은 다문화 사회에 초점을 둔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흔치 않게 내보낸다. 이렇듯 다문화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지만, 여성결혼이민자나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다문화`라는 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필자가 최근 운영하는 `한국문화교육론`이라는 수업 게시판에, 한 학생이 몇 년 전 가르쳤던 한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베트남 여성은 처음 몇 주는 그럭저럭 한국어 수업을 잘 따라와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르친 지 한 달이 되어 갈 무렵, 이 여성이 방문까지 걸어 잠그고 한국어 공부를 거부하더라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통역사를 불러 속마음을 알아보니, 온통 한국말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한국 음식 밖에 먹을 수 없다는 것 자체에 심한 스트레스를 느껴 한국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고, 한국 음식은 입에 대기도 싫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닫혀 있는 이 여성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국어 수업 시간에, 한국어 표현을 가르치고 나서 이 말은 베트남어로는 어떻게 말하는지를 물어보면서, 베트남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더니, 보다 열린 자세로 수업에 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문화`라는 말은 상당히 논쟁적인 개념이지만, 그 말 그대로를 생각해 본다면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정책에 있어 앞선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샐러드가 담겨있는 그릇처럼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샐러드 볼(salad bowl) 정책을 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지향점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다문화 사회의 방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의 다문화 구성원들이 자신의 문화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은지 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어문화학과 교수 chej@wd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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