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이 탈바꿈하고 있다. 특성화된 교육목표 없이 `국내 몇 위` `세계 몇 위`를 달성하겠다는 교육목표만 앞세우던 구태의연함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순위 매기기`식 발전전략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기술 융합은 물론이고 인문과 기술의 접목을 꾀한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개설하는 등 시대의 조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또 전문 연구센터를 통해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공학교육과 연구를 수행한다.
수요자 중심의 공학교육으로 공학계열의 학생이 실제로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졸업논문 대신 하나의 작품을 기획, 설계, 제작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시도도 펼치고 있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 T자형 인재를 양성한다=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현대사회에서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상을 `T자형 인재`라고 정의한 바 있다. T자형 인재는 자신의 분야에만 정통한 `I자형 인재`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특정분야의 전문가인 동시에 타 분야까지 폭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세계의 석학들과 글로벌리더들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 기술은 물론이고 경영 마인드까지 고루 갖춘 T자형 인재가 21세기를 이끌어 갈 새로운 리더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인문 · 사회계열 학부 출신들이 조직관리와 마케팅 같은 전통 경영학을 배우고 있는 사이 이공계 출신을 겨냥한 MBA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술경영(MOT)전문대학원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최고의 교수진, 차별화된 교육과정 등을 통해 기술과 경영지식을 두루 갖춘 T자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기술경영은 공학과 경영을 통합 · 연계해 기술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198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시작됐다. 지난 1986년 국립연구위원회(NRC) 주도로 보잉 · GE · 매킨지 등 산업계 임원 5명과 스탠퍼드 · MIT · 미시간 등 공대 학장 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MOT 전문대학원 활성화에 나섰다.
지난 1990년 이후 MOT 과정 개설대학이 급속히 늘어났고, 현재 300여개 대학에서 연간 1만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MOT 학위를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기술경영 인력 수요는 기술지주회사, 연구소기업 등 기술사업화 기관의 증대와 기술금융 공급 확대(2006년 2조8000억→2012년 7조7000억원) 등으로 연간 1400여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술리더 배출에서 한국은 연 200명의 인력이 배출되는 반면에 미국은 연간 3000명 이상, 일본은 2003년부터 MOT 인력양성을 본격 추진해 연간 1만명 이상 양성이 목표다.
우리나라도 각 대학이 기술경영 수요 증가에 발맞춰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잇따라 개교하고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엄격한 학사관리와 학문적 수월성을 기반으로 하여 100여개의 벤처기업과 연동된 서강미래기술원(SIAT), 415억원의 운용 규모를 가진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와의 연계를 통한 국내 최초로 산업현장 밀착형 MOT를 구축하고 벤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실전형 기술리더 양성은 필수다.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변화주도형 리더십과 실무적 해결 능력을 함양한 기술혁신 및 기술사업화 전문가 양성`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산업요구 수용 및 실전형 교과과정 구축, 이론과 실전에 능통한 전문교수 확보, 맞춤 네트워크형 MOT 지원 인프라 구축 3개 분야별 전략적 목표를 선정했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몇 개 학문의 융합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교류를 진행하기도 한다.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경영전문대학원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과 협력해 다학제 간 체계적인 융합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일 분야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산업현장에서의 문제를 분야 간 융합과목을 통해 종합적 지식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기술경영, 경영, 법, 의학 등의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는 융합 교과과정을 수립했다. 또 산업체 전문인력의 전임교원 유치로 사례 중심 교육을 강화해 교육내용의 현장성을 제고했으며, 분야별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국내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특화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대한 정부 지원 의지도 높다. 정부는 기존 경영대학원과 달리 기술사업화에 중점을 둔 실무중심의 기술경영전문대학원 2곳을 선정, 내년 3월 개교한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선정되면 2014년까지 연간 15억원 이내 최대 100억원을 지원받는다. 수업 연한은 대학이 자율로 정하며 교육대상은 직업경험자를 우선 선발하되 학부 졸업자도 가능하다. 이공계 졸업자를 우대하며, 정원은 100명 내외가 될 전망이다. 교육과목 편성은 현장중심형 실무 교육과목으로 편성하고, 국내외 인턴프로그램을 운영,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졸업후 취업 연계를 지원한다.
◇대학 R&D, 신성장동력 연구 한창=“창조적 R&D로 지식자본주의 시대에 대비한다.” 대학이 더 이상 순수학문 연구만을 수행하는 상아탑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나섰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대학들은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한 연구성과 관리 시스템의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대학별 특화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 연구가 한창이다.
이들 센터는 창조적 · 선도 R&D를 발판으로 대학의 생산성 제고와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대학 내 연구센터나 부설연구소 등을 통해 차별화된 창조적인 R&D 과제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기반 기술 발굴과 산학 연계, 국산 소재 개발 등에 여념이 없다. 무엇보다 이 같은 모험 연구 과정에서 대기업 또는 지역 중소기업과 연계한 산학 협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세포영상 컴퓨팅연구단은 초정밀 광학영상으로부터 새로운 물리적, 화학적 특성의 검출 및 정밀도 향상 연구와 아울러 생성된 영상으로부터 세포의 미세구조 추출과 역동적 형태 변형 및 움직임 다차원 분석, 그리고 정량화를 위한 컴퓨팅 기술의 R&D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6개의 국내 특허를 확보했고 국내외 논문지 13편(SCI 10편) 게재, 국내외 학술대회 논문 32편을 발표했다.
강원대 IT융합 스마트조명 연구센터는 환경, 인간의 행동, 감성, 생리, 건축 등의 각종 요소와 조명의 관계 지식을 바탕으로 LED/OLED, IT, 광학, 디자인, 센서, IC 등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감성을 반영하고,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TPO를 반영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도록 구성한 조명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세종대 스마트빌딩 IT융합연구센터는 건축물의 구조건전성, 실내공기질, 에너지량 등을 복합센서로 센싱하고 건축물에 적합하게 배치 · 네트워킹해 건축물 상태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올해 6월에 개설된 신생 연구센터지만 국내 특허출원 수건, 소프트웨어 등록 수건을 비롯해 저널 및 학술대회 논문 수편을 발표했거나 발표할 예정이다.
숭실대 IT기계융합기술연구센터는 스마트공장 구현에 필수 기술인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 및 실시간 능동형 가공공정 최적화 기술, 그리고 지능형 원격 통합운용 시스템 기술을 주요 연구 분야로 설정했다. 이들 주요 연구 기술은 기계단위 생산기술에서부터 기계 간 네트워킹 기술, 그리고 통합운용 시스템까지 지능형 자율생산 기술의 전반을 아우르는 요소 기술들로서 각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요소기술들의 융합을 통한 실용화 기술까지 수행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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