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앵그리 버드 열풍

Photo Image

한 고등학생이 버스 도착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매우 유용한 앱인데도 공짜니 진짜 고맙다. 밤늦게 퇴근할 때 버스 도착시간을 계산해서 정거장으로 유유히 걸어가 보면 유용성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낸 지 벌써 만 2년이 다 돼간다. 현재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의 수는 27만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앱스토어에 가보면 수개월째 10위권 내에 있는 유명 앱들이 꽤 있다. 수개월동안 하루에 수백, 수천명이 다운받는다면 어림잡아 수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조그만 앱 하나로 수억, 수십억원을 번다면 개발자들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중에서 현재 직장을 박차고 나와서 생각해 두었던 앱을 개발하면서 신나게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꿈을 꾼 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달 학생 추천을 받아서 `앵그리 버드`라는 앱을 다운받았다. 별거 아닌 아주 가벼운 게임이었다. 자신의 알을 훔쳐간 돼지에게 화가 난 새가 날아가 돼지를 죽이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시작한 날 강의시간을 피해 온종일 이 게임과 씨름했다. 처음에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단계가 올라가면서 점점 물리학의 작용 반작용 지식과 거리 감각이 필요하다. 비록 그날 일정은 조금 망가졌지만 킬러 앱을 만끽하면서 얻은 즐거움은 오랜만에 맛보는 인생의 색다른 맛이었다. 나중에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헬싱키공대 출신이 아이디어를 내서 10여명의 엔지니어가 개발했고 앱스토어에서 유료로는 약 700만회, 무료로는 약 1100만 회나 다운로드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에 광고수익모델을 기반으로 무료로 출시하면서 하루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단다.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 산업은 1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의 역군들이 앱산업으로 대거 몰려온다면 우리나라도 `앵그리 버드`와 같은 킬러가 나오면서 다시한번 콘텐츠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적으로 온라인게임 개발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정이라면 앱은 자전거에 비유될 수 있다. 대작 온라인게임은 자동차 생산과 유사하게 수년간의 개발을 거쳐 대규모의 판촉활동을 거치며 등장한다. 그 반면 대부분의 앱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서너 명이 3~4개월 개발하면 기본 틀이 완성된다. 그러니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앱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해가면서 제품의 완결성 또는 무결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소위 사용자경험(UX)라는 개념이 중요해져서 이젠 감성적이고 재미있어야 한다. 눈이 높아진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진열대에 올려져 있지만 소비자는 거들떠보지 않는 앱으로 전락한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이러한 앱의 개발 속성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궁금하다. 기술적으로 완결하면서 감성적인 면을 건드리면서 재미있는 앱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 개발팀 또는 개발사가 필요하다. 소규모 개발팀은 이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결국 아이디어 챔피언이 자신의 인맥 등을 활용해 개별분야의 전문집단과 연계,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준의 앱을 만들지 못 한다면 한국판 앵그리 버드는 그림의 새일 뿐이다.

남영호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yhnam@kookmin.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