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인 KT에도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합니다. 개발자나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넘어 거의 한 몸이 될 것입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25일 열린 글로벌 플랫폼 육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를 개방과 확장이 가능하게 만들어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정의하면서 SK텔레콤이 이 길을 걷기 위해 자산이라고 여겨왔던 기반 기술들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연내 외부 개발자들이 SK텔레콤의 개방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통합 API센터를 구축한다”며 “향후 모든 플랫폼들은 개방을 전제로 설계, 구축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API센터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다음달께 개발자 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우선 지도서비스인 T맵,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인 T스토어, 단문메시지(SMS) 등의 서비스는 무료로 공개한다.
정 사장은 “예를 들어 개발자는 T맵의 장점인 빠른 길 찾기를 활용해 확장성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할 수 있다”며 “지도만 보여주고 음악만 찾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외부 개발자를 참여시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바로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3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치기반서비스(LBS) 등 7개 분야에 R&D에 주로 집중되며 외부 개발자들에 대한 종합 지원프로그램도 가동한다.
SKT가 플랫폼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발표한데는 지난 10년 동안 네트워크 중심의 월드 가든(Walled-Garden)에 대한 뼈저린 반성 때문이다.
정 사장은 “스스로 월드 가든에 빠져 플랫폼 태동기였던 2007년 오히려 사업의 파워가 줄었다”며 “이제라도 플랫폼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 신규서비스 분야의 절대 강자는 아직 없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국내 250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조기에 플랫폼 서비스를 안착시키고 미국, 중국, 동남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 진출도 노린다. 구글이나 애플의 성공 사례처럼 글로벌 생태계의 구축이 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 열쇠로 본 것이다.
그는 간담회 초두에 플랫폼 사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운용체계(OS) 커널이 아닌, OS와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까지의 분야를 아우르는 플랫폼 서비스 사업임을 강조했다. 즉 안드로이드나 윈도모바일 같은 단말 OS 사업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단, SKT가 독자적으로 개발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이동통신업계가 참여하고 있는 리눅스 기반의 새로운 모바일 OS 개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다.
정 사장은 “현재 스페인 텔레포니카를 비롯한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가 리눅스 기반의 새로운 OS를 개발하고 있고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은 안드로이드플러스를 개발 중“이라며 “현재 다수의 단말 업체가 참여한 리모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애플, 구글처럼 독자적인 OS를 만들 수 있는 힘은 없지만 글로벌 통신 사업자들이 힘을 합친다면 더 좋은 OS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SKT가 기여한 것보다 적은 이익을 챙기는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T는 현재 글로벌 표준 앱스토어인 WAC과 국내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는 국내 통합 앱스토어인 K-WAC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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