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탄소금융시장 조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제 기후변화협상 난항으로 국제시장 형성이 불확실한데다,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대부분은 탄소금융 관련 실행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불확실한 시장 전망과 높은 리스크로 인해 직접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탄소금융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어 유럽에 계좌까지 개설했으나 거래 실적은 전무하다.
은행들의 탄소금융 투자는 현재 직접투자보다는 관련 펀드에 관심을 쏠려 있다. 향후 녹색투자 전문기업이 나오면 이곳에 일부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국내 탄소금융시장이 과연 조성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국배출권거래제(UK-ETS) 사례를 볼 때, 한국형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시장 기능만으로 형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자인 은행과 정책적 유동성 조절자로 탄소은행 등을 세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유동성 공급에 대한 제도 마련 등 금융 접근 정책 수립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또 탄소 포인트, 탄소 캐시백 등 정부 제도와 연계 카드 · 예금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나, 카드상품 마케팅이 어렵고 잠재적 카드 구매 수요가 낮다는 것이 은행권의 자체 분석이다. 상징성을 고려한 상품을 개발해도 정부 예산 편성이 안 되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은행권은 민간 금융기관 참여를 위한 정책적 불확실성 해소와 대기업 · 중소기업 간 오프셋 제도 허용 시 제도적 보호 장치를 먼저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탄소배출권을 금융 자산으로 인정해줄 수 있도록 탄소회계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기한 상태다. 탄소회계 기준이 만들어지면 탄소배출권을 금융 가치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시장의 기준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한 민간은행 녹색산업투자부 관계자는 “정부가 탄소금융 활성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무역보험공사 보증비율을 85%에서 95% 이상으로 올리든지, 공공자금을 탄소시장에 먼저 투자해 선례와 가이드라인 기준을 만들면 민간 은행이 투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녹색인증제도와 연계해 녹색금융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면서 정작 인증 심사 시 금융기관을 심사관으로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점 가운데 하나”라며 “정부가 인증뿐 아니라 보증도 일부 시행해서 은행이 탄소시장 투자 시 안게 되는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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