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2010 한국보고서 발간 및 기후변화대응 우수기업 시상식`이 개최됐다. 행사에서는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200대 기업이 제출한 탄소경영 관련 정보의 분석 보고서가 발표됐으며, 탄소경영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는 영국 본부를 비롯한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진행 중인 기후변화 프로젝트다. 각국의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대응 관련 지배구조, 위험과 기회 및 전략 등의 정보를 요청해, 매년 제출된 정보의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분석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투자기관의 투자지침서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올해에는 자산규모 64조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543개 금융기관의 위임을 받았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50개 기업을 시작으로 대상기업 수를 점차 늘려, 올해에는 200개 상장기업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상기업 200개 가운데 86개 기업이 정보 요청에 응답해 43%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적 기후변화대응 협약 수립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응답한 신규 응답 기업이 총 86개 가운데 41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부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발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후변화 관련 규제 신설 및 강화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체감도가 높고 보다 구체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즉, 정부 주도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이 법제화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보고제나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에 대해 에너지 다소비 업종뿐 아니라 금융기관과 같은 비제조업 부문의 기업들도 직간접적인 손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응답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금융(58%) 부문이었으며 제약건강 · 통신 · IT 산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매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업 수가 큰 폭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사실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검증은 기업의 정확한 배출량을 기반으로 감축목표 설정 및 전략 수립이라는 기업의 기후변화대응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50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했으며, 이 가운데 50%에 해당되는 기업이 온실가스 데이터의 신뢰성 및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제3자 검증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현재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사업장별 · 공정별 · 설비별로 온실가스 배출원을 규명하고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DB화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 중이거나 구축 예정이라는 기업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의 주요 기후변화대응 활동 가운데 하나로서 온실가스 관리 수준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글로벌500이나 유럽 ·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전체 응답기업 수뿐 아니라 탄소정보의 공개 수준 및 질적 차이 역시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의 참여가 국내외 기후변화 규제에 대한 인식 제고를 바탕으로 관련 리스크 대비 및 신사업 진출 등의 기회 창출 전략을 수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는 기후변화대응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능동적 기회이자 더 나아가 저탄소 녹색성장 경제로의 이행에 있어 중요한 첫걸음인 것이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 hbchung@ecofronti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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