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살과 변죽이 상상을 초월한다. 윗사람에겐 워낭소리처럼 딸랑거리고 주변사람에겐 10년차 마담처럼 능수능란하다. 술 마시고 골프 따라다니고 맛있는 밥 얻어 먹은 일은 기억에 있는데 일을 배운 기억은 없다.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기획서는 뒷전으로 미뤄두고 주변사람의 결혼기념일을 메모하고 있다. 업무의 핵심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고 핵심인물이 누구인지에만 관심을 둔다. 무늬만 상사지 일은 신입 대리다. 이런 상사를 상사로 인정해야 하는가.
원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등에 붙어 묻어가는 놈도 있는 법이다. 실력도 없는데 처세로 묻어간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자. 그것도 실력이다. 실력의 요소 안에 처세도 포함되어있다. 아무리 넓은 바다에 고기가 많아도 낚싯대가 없으면 못 잡는다. 내가 아무리 멋진 기획서를 잘 작성해도 핵심인물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사장되어버린다. 상사더러 낚싯대 역할을 하게 하고 나는 미끼 역할을 하자. 사실 처세 능한 상사 밑에 일 잘하는 부하는 환상적인 궁합이다. 일에 별로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위임하고, 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 잘하는 부하를 존중한다. 일은 못하지만 처세가 능해서 앞길을 터줄 것이고 필요한 정보는 잘 물어올 것이다. 이 얼마나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맞는가. 내가 뒤에서 일로 받쳐주고 상사는 앞에서 물꼬를 터주면 된다. 가장 불행한 건 일 잘하는 상사 밑에 처세만 신경쓰는 부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하는 매일 깨지고 매일 면박을 받는다. 나보다 실력 있어서 무시하고 따지고 깨고 안 맡기는 상사를 만나보면 지금이 그리워질 것이다. 내가 상상하는 상사 모습에 상사를 대입하지 말자. 우리는 리더십 교육을 받으면서 스스로의 리더십을 점검해야 하는데 내 상사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치만 높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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