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일은 기억나는데 4분 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안경 쓰고 안경 찾고 휴대폰 통화하다가 휴대폰 없어졌다고 호들갑을 떤다. 2시간 전에 세운 주차장 위치가 도통 떠오르지 않고 2년 동안 산 내 집 현관 비밀번호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들을 때는 알겠는데 돌아서면 기억이 안 나고 말하기 전에는 생각이 났었는데 입을 열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캄캄해진다. 이러다 회의 때 했던 말도 잊고 어제 지시한 일도 놓칠까 염려스럽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끝을 믿어라.
총명보다 둔필이다. 주차장 기둥 번호는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두고 현관 비밀번호는 수첩에 메모해두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서 점점 더 건망증이 심해진다. 외울게 많아져서 머리가 피곤했나 보다라고 위로하자. 대신 손을 부지런하게 놀리면 된다. 기억하는 뇌는 머리에 있지만 기록하는 뇌는 손에 있다. 메모는 결과도 소중하지만 과정도 소중하다. 메모하면 나중에 기억하고 보관하게 되기도 하지만, 메모하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이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도 판단하게 된다. 메모하다가 멋진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메모하는 모습만으로도 신중해 보인다. 어디에 메모했는지 기억하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메모는 필요하다. 물론 메모를 잘하고 정리마저 잘하면 금상첨화다. 빨래를 잘 접어놔도 어느 서랍에 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접어 놓은 빨래마저 다 들쑤시게 된다. 메모를 잘 한 후에 정리를 잘 하자. 암호와 기호를 활용하여 생산성있게 핵심 키워드를 뽑고 주제별로 찾아보기 쉽게 폴더에 분류하자. 적어둔 메모를 다시 읽어보며 생각을 덧입히고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지우면서 성취감을 갖자. 메모리 용량을 탓하지 말고 메모해야 한다. 필(Feel) 받은 대로 하지 말고 필기한 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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