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훌쩍 넘어가고 추분이 시나브로 지나가고 있다. 추분은 24절기의 16 번째 절기다. 옛 선조들은 추분 기간을 5일치씩 3가지 징후로 구분했다. 먼저 천둥 소리가 그치게 되고, 두 번째 동면하는 벌레가 흙으로 입구를 막는다. 끝으로 땅 위에 물이 마르기 시작하는 등 추분 기간에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추분을 농사력으로 따지면 추수기다. 농부들은 논밭에서 곡식을 거둬 들인다. 산에서 캔 나물도 말리고 고추도 따서 마당에 널어 놓는 등 동절기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절기다.
조선시대 때 사형수는 춘분을 가장 고대했다. 그러다가 추분이 코앞에 다가오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려워했다고 한다. 흉악한 사형수가 아닌 이상 춘분이 되면 사형 집행을 잠시 중지했다가 추분에 곧바로 집행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춘분부터 추분까지 만물이 성장하는 절기에 역으로 사람을 참형으로 다스리는 게 나름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추분은 사형수 입장에서 현재의 삶과 다가올 죽음을 가르는 절박한 심정의 절기였다.
추분은 천문학에서는 태양이 북에서 남으로 천구의 적도와 황도가 만나는 곳을 말한다. 추분은 춘분과 함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절기이다. 춘분이 지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밤의 길이는 짧아진다. 반대로 추분이 지나면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의 길이가 길어진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변화를 실감한다.
추분이 낀 올 추석 명절 연휴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 길었다. 샌드위치 데이까지 감안하면 무려 열흘 가까이 됐다. 직장인들에겐 회사 업무를 잠시 접어두고 고향에서 부모 · 형제 등과 모처럼 마음 편하게 담소를 나누는 황금연휴였다. 쉼터에서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보통 연휴가 길면 길수록 그에 따른 후유증도 심하기 마련이다. 일상 업무로 복귀해 느끼는 피로감은 주체하기 힘들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 문턱, 마음을 다잡고 심기일전 할 때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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