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사령탑 교체] `구본준 LG전자호` 3대 시나리오

`구본준 LG전자호`가 출항했다.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남용 부회장 바통을 이어 받아 LG전자 사령탑으로 전격 부임했다. 임기 중 경영진을 교체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LG 전통에 비춰볼 때 이번 인사는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다. 그만큼 경영 전반에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LG 안팎에서 지금이 최대 위기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구 부회장 주도로 조직에서 인사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경영 쇄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굵직한 경영 변화를 시나리오 별로 점검해 봤다.

◇`구본준 경영 색깔` 불가피=당장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인사와 조직 개편이다.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늦어도 연말 안에는 LG전자 뿐 아니라 LG그룹 차원에서도 후속 인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남용 부회장 퇴임 배경이 경영 실적과 맞물린 점에 비춰 볼 때 `중폭` 이상의 인사와 조직 개편을 예상할 수 있다. CEO 퇴임이 실적 부진 책임론이 강한 마당에 사장급 이하 경영진과 임원도 자연스럽게 진퇴 여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구원 투수`로 나온 구 부회장의 모양새를 감안할 때 경영진 전면 교체와 같은 `극약 처방`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가피한 인사만 단행하더라도 그 폭은 예년에 비해 커진다는 관측이다. 남용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글로벌기업을 위한 파격적인 외국인 임용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룹 차원의 변화도 예상된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구 부회장 체제로 바뀌면 후속으로 조직 정비가 이뤄질 것이고 그룹 내에서도 인사이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인수, 다시 수면 위로=하이닉스 인수를 포함한 반도체사업과 관련한 `깜짝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룹에서는 여전히 반도체사업에는 관심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 부회장 스타일에 비춰 볼 때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구 부회장은 과거 LG필립스LCD 대표 재직 당시 삼성전자와 6 · 7세대 LCD사업 투자 경쟁을 벌일 정도로 과감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사업에 갖는 애정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LG반도체 대표로 재직 중 `빅딜` 방침에 따라 당시 현대전자(현재 하이닉스)에 반도체사업을 넘겨주었지만 매그나칩 인수를 심각하게 검토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LG는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부인해왔지만 구 부회장이 과거에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과 다른 기류가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마케팅에서 기술과 제조 중심으로=회사 전체 분위기와 경영 방향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인 남 부회장은 전형적인 관리형에 마케팅 전문가였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사업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기반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쪽에 중점을 뒀다. 사업 정당성 확보를 위해 매킨지 등 컨설팅회사의 의존도도 높았다.

반면에 강력한 오너십을 가진 구 부회장은 남 부회장과 입장이 전혀 다르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투자 계획 조정 등 근본적인 변신이 불가피하다. 안팎에서는 정식 인사가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구 부회장이 신사업을 포함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특히 연구개발과 기술, 이를 기반한 제품 경쟁력에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구 부회장은 LG반도체는 물론이고 LG필립스LCD 대표로, 이전에는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서 임원 등을 거쳤다. 25년 동안 전자 분야에 몸담아 전자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그룹 내에서도 마케팅 보다는 제조업의 기초인 기술력과 제품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구 부회장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할뿐더러 승부사적 기질까지 갖춰 국내외에서 영원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지금과 다른 차원의 치열한 `진검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에 오를 예정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