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산업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

기술과 산업, 학문 등 이종 간 결합을 의미하는 융합은 시대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융합 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할 정도다.

하지만 융합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융합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론도 제각각이다.

산업융합촉진법률이 제정되고 산업 현장이 융합이 가속화되는 등 본격적인 융합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자신문은 우리나라의 산업 융합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우리나라 융합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기 위해 융합산업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융합은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는, 늦춰서도 안 되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점에 동의했고 융합 산업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들은 융합산업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융합 주체의 활발한 참여는 물론이고 전문인력 양성과 법 · 제도 정비,정부의 지원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석자>

김광현 코스콤 사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함호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최만범 Concentrix solar korea 상임고문

사회=김상용 전자신문 취재총괄 부국장



◇사회(김상용 취재총괄 부국장)=융합이 중요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융합의 개념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우리나라 융합의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에 앞서 융합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함호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융합은 이종의 기술간 결합은 물론이고 학제 간, 산업 간 결합으로 이해한다. 정부 부처 간 기능 결합도 융합의 일종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무엇이 결합, 시너지를 창출하는 과정을 융합이라고 정의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융합은 정보기술(IT) 융합이다. IT가 모든 융합의 매개체다. 이는 IT 본연의 통합화 · 지능화 · 내재화라는 속성에 기인한다. IT 융합을 통해 산업 · 기술 · 학제 · 부처 간 기능을 통합, 궁극적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하는 게 융합의 목적이다. 단순 결합은 의미가 없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다양한 분야에서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융합을 정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수많은 정의에도 불구하고 IT를 플랫폼으로 산업 · 기술 · 학제 등 여러 분야 결합을 통한 시너지 밸류 애디드가 융합의 지향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회=융합에 대한 이론적 정의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기업은 융합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기업이 처한 환경은 과거와 확연하게 다르다.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등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 기술 혹은 단일 산업으로 시장의,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게 가능했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 결국 제품 · 기술 간 융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상품과 가치를 창출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 환경이 융합을 실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IT 본연의 특성상 융합의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 입장에서 융합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다.

◇김광현 코스콤 사장=금융 분야에서 융합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발효 이후 은행과 보험, 증권간 장벽은 붕괴됐다. 비록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시너지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는 주요한 과제다. 코스콤은 증권선물과 IT를 융합한 대표적 사례다. 현재 융합은 산업뿐만 아니라 학문과 문화 영역에서도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격적인 융합을 위해서는 서로 다름에 대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사회=융합으로 인한 시장 변화도 적지 않은 거 같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듯하다.

◇김주현=과거에는 물량 중심의 시장점유율 경쟁이었다. 단일 제품을 잘 만드는 것으로 승부가 결정됐다. 하지만 애플은 전체 단말기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함에도 전체 시장에서 매출 15%, 이익 40%를 차지하고 있다. 더 이상 물량 기반의 시장점유율 경쟁 시대가 아니다. 경쟁력은 부가가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함호상=20세기에는 물건을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감성이 결합돼야 한다. 성능 위주의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소비자는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요구한다. 서로 다른 각각의 기능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융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융합 현실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발전 방향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최만범 Concentrix solar korea 상임고문=산업 간 융합을 비롯해 기술 간, 서비스 간 융합 등 모든 분야에서 융합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핀란드 등에 비해서는 준비가 늦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마련된 산업융합촉진법이 주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법 제정 이후 정부와 기업이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래지능형 자동차, 지능형 로봇, u헬스케어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에 맞는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이원부=융합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구심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되면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보다 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김광현=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되더라도 각 분야의 융합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 별도의 위원회도 필요하면 설치해야 한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수많은 개발자의 참여를 유도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융합 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학회와 협회가 아이디어와 이론을 제공함으로써 정부가 자문을 구하고, 각계의 융합 주체가 참여하는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함호상=융합은 인력과 기술, 산업 간 결합이다. 자칫 이기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할 경우에 제대로 된 융합은 불가능하다. 협회와 학회가 리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사회=모든 분야에서 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융합이 창출할 효과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만범=융합을 통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되면 기업은 기존 시장 이외에 또 다른 융합 시장에서의 이익 창출을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누리는 혜택 또한 커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융합이 본격화되면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단순하게 산업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국민 복지 향상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원부=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가능하다. 이는 국가 발전으로 귀결될 것이다. 융합의 속성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존 생태계 구도 또한 변화할 것이다. 이종 간의 결합을 의미하는 융합은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융합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시장 창출을 통해 청년 실업 등 고용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론적으로 융합의 전후방 파급효과는 `어마어마(immense)`하다.

◇김주현=생명공학(BT)과 나노공학(NT), IT는 그 자체로 산업 규모가 크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융합을 통해 시장과 접목되는 순간 단순 합 이상 더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고용 규모도 더불어 늘어나고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함호상=융합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당장 시장 규모를 크게 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있어야 기업도 있고, 인력도 필요한 것이다. 융합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면 기업 활동은 활발해질 것이다. 고용창출은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사회=융합을 선도하기 위한 과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부=앞으로 일어날 융합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영역에서 어떤 형태로 융합이 구체화될지는 미지수다. 융합 산업 자체를 창의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균형감을 갖춘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들 인력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학계가 해야 할 역할이다.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융합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물론 글로벌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도 이뤄져야 한다.

◇함호상=인력 양성 필요성에 100% 공감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 학제 체계에서는 융합 전문인력 양성이 어렵다. 기존 학과 중심의 체계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만을 전수한다. 서로 다른 학과 간 배척도 적지 않다. 현재 많은 대학이 복수전공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T와 사회학, 심리학 등 이종 학문을 섭렵하도록 해야 한다. 융합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접점에서 발생한다. 이종의 분야를 이해해야 실질적 융합이 가능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융합을 위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각각의 전문 기술이 일등이라는 데 만족하지 않고 각각의 기술을 융합, 전체 일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김광현=앞서 논의한 것처럼 융합은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이 결합해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과정이고, 그 결과물이다. 융합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술 융합과 학문 융합, 문화 융합 모두 마찬가지다. 서양의 분석적 사고와 동양의 종합적 사고를 겸비한 인력이 진정한 융합 전문인력이 아닐까 싶다. 융합 전문인력이 산업 현장에 제대로 공급이 안 된다. 산업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경영학과 수학이 접목된 금융공학처럼 학과간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의 몫이다.

◇김주현=융합 전문인력 양성은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기업에서 전공이 다른 사람끼리 융합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의 전공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도 접하도록 하고, 교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융합을 실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문 간, 대학 간, 연구기관 간 장벽이 존재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각각의 융합주체가 보유한 특장점을 접목,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우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융합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물론이고 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u헬스케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기존 법 · 제도가 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산업융합촉진법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최만범=산업융합촉진법 시행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산업융합촉진법은 융합에 대한 의지가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분명 반갑다. 앞으로 본격적인 융합을 위해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회와 협회 등 다양한 융합 주체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융합 주체의 중요한 몫이다.

◇사회=융합에 대한 현재의 실상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앞으로도 융합산업 발전에 기탄없는 의견 제시와 적극적 참여를 기대한다. 전자신문도 IT 융합은 물론이고 전체 산업간, 학문간, 문화간 융합 등 다양한 융합 발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일조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 우리나라 융합 산업 발전에 중요한 아이디어가 되길 기대한다.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좋은 의견을 개진해 주신 데 대해 재차 감사드린다.

정리=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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