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는 국내 주요 기업의 CEO급 임원들이 참석하는 제주포럼을 매년 여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변화와 경쟁의 시대,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는데, 이 중 세계의 공장에서 거대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가장 관심 있는 이슈 중 하나였다.
중국의 무역 규모는 수출이 전 세계 9.6%로 1위, 수입은 8%로 미국 다음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의 교역 실체인 원자재와 상품의 이동, 즉 물동량 또한 거대하다. 실제로 중국의 물동량은 매년 10% 이상 증가해 2008년 기준 258억톤, 우리나라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중국 진출은 전 세계 지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 물량을 확보하여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 물류시장 진출은 만만치 않다.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 진출한 페덱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국제특송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내륙물류는 대부분 현지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적정화물의 두세 배를 과적운송하고 있는 중국 물류업체들과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내륙지역 네트워크를 확대, 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중국 시장이 고착화되기 전에 우리 기업들도 진출을 서둘러야만 한다.
지식경제부와 대한상의가 해마다 `민관합동 대중국물류투자조사단`을 파견하고 있지만 물류기업인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물동량은 많은데 어떻게 진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중국교통운수협회의 `2009년 100대 물류기업` 현황에 의하면 중국 기업들의 국제물류 네트워크는 취약하다고 한다. 우리 물류기업들은 이 분야에 상당한 노하우가 있고 지리적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 서로 강약점을 보완,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 진출할 필요가 있다.
한 단계 더 발전된 사업모델은 원자재 조달에서 제조-판매-소비자까지 전체 공급망의 가시성을 확보해 화주 등 관련기업에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체가 어렵다면 일부분만이라도 가시성을 높여 물자공급의 정시성, 안정성과 예측성을 확보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경제구조의 세계화로 공급망은 점점 더 길어지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오늘날, 상황 변화의 신속대응과 위기관리, 적시배송 및 효율성 제고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글로벌공급망관리(GSCM)능력을 가진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본다.
이런 능력은 인간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시스템 기반 위에 경험적 융통성을 결합해야 확보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미래의 어떤 기업과도 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표준코드기반의 개방형 IT/SCM 시스템이어야 한다.
지난 7월, 정부와 민간기업인 등 27명의 물류조사단이 선양 · 창춘으로 이어지는 동북 3성을 다녀왔다. 이 지역은 석탄 · 석유 등 광물자원과 옥수수 · 밀 등 식량자원이 풍부하고, 자동차 · 철도 등 중화학제조단지며 우리나라와는 가장 인접된 위치에 있어 물류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 장이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 넓은 들판을 보면서 1200여년 전 고구려 무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요란했던 이곳에서 우리 물류기업들의 기상을 그려본다. 끊어진 압록강 철교 너머로 보이는 북한 땅과 단둥 · 시베리아 철도로 이어지는 거대한 물자의 흐름을 상상해 본다. 국토는 좁아졌지만, 상품과 물류로 5000년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융성한 시대를 열어 가야겠다.
김승식 유통물류진흥원장 sskim@korch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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