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배기 코딱지만큼도 진정성이 없는 허울 좋은 슬로건만 난무한다. 말로만 고객 우선이고 실제로는 돈이 최우선이다. 금테 두른 액자로 `고객만족이 최우선`이라고 붙여두었지만 매일 확인하는 것은 지난달 매출이다. 고객을 우롱하고 고객을 이용해서라도 매출이 나와야 한다. 매출이 곧 인격이다. 말로는 고객만족을 외치지만 실제는 돈만 좇는 우리 회사, 정말 뭐니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이긴 한가보다.
받아들일 수 없으면 떠나야 한다.
중간은 없다. 지금 중간에 서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으니까 불편하고 부대끼는 것이다. 양단 간에 결정을 하자. 조직이 강요하는 것이 비윤리적이거나 내 가치에 위배된다면 투덜대지 말고 떠나야 한다. 투덜거리기만 할 뿐 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더 비겁하다. 만약 떠나봐야 다른 조직도 거기서 거기일 거라는 예감이 든다면 여기서 방법을 찾아보자. 왜 벽에 걸린 액자와 우리의 대화 사이에는 이다지도 크나큰 갭이 있을까. 조직이나 사회는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 감춰진 것이 있다. 법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주먹이 더 위력을 발휘하고, 이성적인 가치가 있지만 아직도 감성적인 욕구가 이긴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순진하게 드러난 것만 고집하지 말고 감춰진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미 눈치챘다시피 뭐니뭐니 해도 `머니`가 1순위 필요조건이다. 형이상학적인 고객만족도 형이하학적인 돈이 있어야 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랬다고 고객만족이라는 슬로건이 생색내기용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매출은 인격까지는 아니겠지만 우리 실력의 결정체라는 점은 확실하다. 비아냥거리지 말고 고객만족과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도를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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