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가 또 홈런을 쳤다. 2003년 이승엽 선수가 세운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에 근접했다는 스포츠 캐스터의 설명이 들린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승엽 선수가 프로야구서 친 첫 홈런은 무엇인지, 아시아 기록을 세운 홈런은 언제였는지, 또 그 모습까지.
PC를 켜야 할까. 방으로 들어가려 하니 귀찮다. 야구도 지금 8회말 한창이다. 옆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볼까. 원하는 정보를 찾긴 찾았는데, 화면도 작고 화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TV 화면 위로 검색 창을 바로 띄웠다. 그런 후 `이승엽 홈런 기록`이란 단어를 입력했다. 잠시 뒤 방송사의 과거 중계 영상부터 이승엽 팬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1~56호 홈런 영상까지 다양한 자료가 검색됐다.
하나를 골랐다. PIP(Picture In Picture)로 화면을 나눠 이대호 선수의 경기와 이승엽 선수의 홈런 장면을 같이 보면서 두 선수의 모습도 비교했다.
◇스마트TV, 웹과 만나다=상상해 본 미래의 TV 시청 모습이다. 상상이라고 했지만 앞으로도 머리속에만 머무를 장면은 아니다. 스마트TV 시대가 오면 자연스럽게 보고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TV 시대가 열리고 있다. 휴대폰에 이어 TV도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세계 거대 기업들이 뛰어 들면서 달라질 생활상과 산업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올 연말이나 내년이면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화를 확인할 시간도 그리 오래 남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무엇이 스마트TV인지 실체가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웹과 TV를 연결하려는 시도 만큼은 확연해지고 있다. 운용체계(OS)를 TV에 접목하는 노력들, PC처럼 풀브라우징 기능을 TV에 기본 탑재하려는 시도들이 그렇다.
왜 웹과 TV를 연결하려 할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웹에 있는 무한한 서비스를 TV에서도 이용하기 위해서며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영국 프리미어 경기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선발 선수 명단이 발표됐다. 이름과 포지션 등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인 통계를 보고 싶다. 최근 선발 출전 기록이나 평점 등의 정보를 원한다.
현재 TV선 명단 정도가 화면에 나타날 뿐이지만 스마트TV를 쓰면 각 개인별 득점 현황이나 공격 포인트, 슛 정확도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정보를 바로바로 접할 수 있다.
중계 화면이 사라지는게 아니라 PC에서 창을 여러 개 띄우는 것처럼 경기 생중계와 선수 기록을 동시에 본다. 통계 역시 단순한 표가 아니라 사진부터 최근 활동 장면까지 인터랙티브한 화면으로 구성된다.
웹과 TV의 접목은 뉴스 방식도 바꿀 수 있다. 지금은 가족과 보거나 혼자서 뉴스를 보며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때론 흥분한다. 하지만 스마트TV가 되면 자신의 생각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다. 뉴스를 보는 한 화면에 트위터를 띄워 정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 지 정보를 나누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나누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시청자 반응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뉴스 제작자나 관계자에게 전달된다. 어설픈 보도는 이제 시청자의 따가운 질책에 설자리를 잃을 지 모른다.
◇세상으로 가는 관문=스마트TV의 미래는 이 뿐이 아닐 것이다. TV에서 이제 국경은 허물어 질 것이고 TV는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매개가 될 수 있다.
스마트TV는 영어로 들어야 했던 CNN 방송을 한국에서도 자막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해주고 TV를 보다 생각난 부모님과 영상 대화를 하도록 도와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력의 한계일 뿐 현실로 나타나는 스마트TV는 기대했던 이상으로 나타나게 될 지 모른다.
지금도 인터넷TV는 많이 나와 있다. 이들 TV 역시 유튜브도 볼 수 있고, 인터넷 검색도 된다.
하지만 스마트 TV와의 결정적 차이는 아마 풀 브라우징을 포함한 현재의 웹과의 완벽한 호환성에 있을 것이다.
인터넷TV도 위젯이나 앱 등을 통해 날씨를 볼 수 있고 뉴스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인터넷의 일부다.
스마트TV는 웹과 만나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는 장치를 넘어 게임도 즐기고 소셜 커뮤니티도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스마트TV가 인터넷TV에서 한 발 더 발전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TV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고 실행하며 사회적 네트워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각종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TV가 일종의 인터넷 포털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스마트TV는 세계 TV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2012년께 전 세계 평판TV 시장의 절반이 스마트TV가 차지할 것이란 구체적 전망이 있고 특히 55인치 이상의 대형 평판TV 쪽은 모두 스마트TV로 바뀔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결과는 추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웹과 휴대폰이 만나 대변혁이 있었던 것처럼 스마트TV 역시 TV 산업은 물론이고 TV를 접하는 시청자까지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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