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디지털 대전(大戰)에서 갈수록 `전선`을 확대해 자칫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초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전자책 단말기 `킨들`로 재미를 봤던 아마존 아성에 도전했던 것이다. 결국 수세에 몰린 아마존은 킨들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 수성에 나섰다.
애플은 올해 9월에는 `아이(i)TV`를 내놓았다. 99센트짜리 TV프로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아마존을 겨냥한 시장 공략이다.
아마존은 이번에도 가격 인하로 맞섰다. 아마존은 1일 스티브 잡스가 99센트짜리 대여 서비스를 발표한 직후 자사 웹 사이트를 통해 그동안 2.99달러에 제공해오던 TV쇼 다운로드 가격을 99센트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아이TV 발표 이후 긴장하는 곳은 아마존만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TV 출시 이후 TV콘텐츠 가격을 더 낮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영상물을 만드는 방송사마저 애플의 적으로 등장할 태세다. 현재 애플TV에 영상물을 공급하는 방송사는 폭스, ABC, 디즈니채널, BBC 등이다. 그 외 타임워너나 NBC 등은 애플에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과거 음악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음반회사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다.
애플이 이런 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만들어 놓은 `적`은 셀 수 없다. 아이팟을 내놓으면서 MP3 시장을 주도했던 레인콤이 만든 시장을 빼앗았다. 특히 단순 음악 재생기를 뛰어넘어 아이튠스라는 디지털음악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서 아이팟의 폭발력은 커졌다. 그후 어느 누구도 아이팟을 따라 잡지 못했다. 애플은 이어 기존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내놓은 아이폰도 아이팟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통화기기로 팔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을 사고팔 수 있는 장터인 앱스토어를 만들어줬다. 아이폰 소비자들은 수십만 개의 앱에 열광했다. 소비자들의 아이폰에 대한 인기는 올해 7월 출시된 아이폰4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노키아 모토롤라는 물론 삼성전자 LG전자도 수세에 몰리게 됐고 이들은 `애플 타도`에 나서고 있다. 아이패드는 아마존의 킨들 시장만 흔들어놓지 않았다. 소형 노트북시장까지 겨냥했다. 결국 삼성전자 HP 델 등 컴퓨터회사들도 뒤늦게 태블릿PC 시장에 진출해 애플 공세에 맞서고 있다.
애플은 기존 시장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많은 이익도 냈다.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칠 정도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그만큼 적도 많이 만들어냈다. 적이 많은 만큼 어디선가 허점이 드러날지 모를 상황이다. 최근 관심을 끌었던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 문제도 그런 맥락이다. 이 문제로 애플과 잡스의 이미지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미국 내 업계 관계자는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 회사"라며 "소프트웨어 강점이 있는 회사가 잡스의 독단으로 일이 진행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뉴욕=매일경제 김명수 특파원/서울=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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